외대파업이 꽤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학교에 대한 로얄티가 제로에 가까운 저라고 해도 재학 중인 학교의 학생들이 고생하고 학교의 이름이 언론에 좋지 않게 실리는 일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약간 정리를 해 보고자 합니다.
파업이 시작한 때는 3월 중순 경으로 이미 6개월이 지난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러 안건을 가지고 충돌했다고는 하나 급여 등에서는 노조가 동결도 괜찮다고 한 발짝 물러난 상태이고 기타 작은 안건들 역시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충돌지점은 이하와 같습니다. 먼저 기존 단체협약에서 계약한 인사위원회 9인 중 4인을 노조 측에서 선임한다는 규율을 별다른 대화 없이 총장 측에서 3인으로 공지했다는 점, 즉 단체협약을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과장급 이상의 노조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안건이었으며 마지막으로 비정규직이 2년간 문제 없이 일할 경우 정규직으로 계속 채용하는지의 여부 역시 중요한 충돌 지점이었습니다.
총장측의 논리는 인사권은 기본적으로 경영자의 것이며 여기에 노조가 참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과장급 이상 직원은 인사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응당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며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계약에 따르는 것으로 정당하며 이후 정규직 채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에 반해 노조측은 이미 정한 단체협약을 대화 없이 파기하는 행위 자체가 서로간의 신뢰를 져버린 행위 자체가 신뢰를 버린 행위라 주장합니다. 또한 인사위원회 9인 중 4인이 참가해도 그것은 거부권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미약한 권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노조 가입원의 범위는 노조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노동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비정규직 차별이 대단히 큰 사회적 문제인 만큼 대학이 모범적으로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일방적으로 총장측의 손을 들어주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이 총장측의 손을 더 들어주는 데는 저 논리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가를 떠나 세 가지의 원인이 더 존재합니다. 첫번째는 파업 그 자체, 혹은 노동운동 그 자체에 대한 반감입니다. 다음으로는 파업의 원인이 노조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조의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문제입니다. 즉 파업에 들어간 노조가 본관에서 민가를 부르거나 구호를 부르짖으며 학습에 방해를 끼쳤고 수많은 벽보와 팜플렛을 통해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노조에도 상당부분 잘못이 있지만 지금처럼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총장님이 북경에 오셔서 모든 것을 ‘법과 상식에 준하여 처리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까지 총장측에서 보인 모습은 이것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앞에서 이야기했듯 단체협약을 별다른 논의 없이 파기한 것은 물론 법적으로 보장된 노조 가입 범위를 문제삼으려는 것부터 법과 상식에 어긋납니다. 또한 파업 기간 중 파업 노동자에 대한 징계는 노동법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총장측은 직원 징계를 실시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노조 측에서 요구한 단체협약을 거부하다가도 징계를 실시한 바로 직후 단체협약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격분한 노조가 거부하자 곧바로 ‘노조가 단체협약을 거부했다’고 선전했습니다. 또한 노동부에서 파업이 불법이라는 회신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법이라고 회신을 한 것처럼 선전하고 지방법원에서 학교의 요구를 대부분 기각했음에도 마치 모든 부분에서 지방법원이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선전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굳이 법의 위치가 어떻고 그러한 법에 따르면 어떻건을 떠나 총장측이 ‘법과 상식에 준하여 처리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자기모순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노조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파업이라는 것은 정말 합의를 이루기 위한 모든 노력이 실패하고서야 시작되어야 할 행위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법의 테두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서비스의 이용자들에게 아무런 신뢰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탄력성이 제로라고 할 수 있는 학교 서비스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노조 측에서 3월 초에 파업에 돌입했다는 것은 이들이 이에 대한 고민이 매우 부족하였고 자기 권리에만 매달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노조 역시 총장측과 같은 거짓 선전을 자행했습니다. 스스로 ‘도서관이 문이 닫힐 것이다’라고 천명하고서 그 잘못을 오히려 총장측에 뒤집어 씌우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총장 퇴진’ 등 극단적인 구호의 현수막도 여럿 붙이기도 하며 온화함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파업 기간 중 집시법의 범위를 넘어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를 주고 건물에 지저분한 선전문구를 붙이는 등 많은 문제를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양 쪽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혹자는 논술에서 양비론은 최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1200자 논술이 아닙니다. 현실은 양자선택이 아니며 양 쪽의 시비를 정확히 가려 수 많은 선택지 중 최선의 선택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 일방적으로 총장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일방적인 모습이 파업을 장기화시키고 문제를 악화시켰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또한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얻고자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개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즉 개인주의를 토대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입니다.
그러나 제가 문제삼고자 하는 부분은 그처럼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가 사실 관계에 대해 치밀하게 파악하려는 노력과 깊은 자기성찰이 부재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총장측의 모순점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노조측의 모순에 대해서는 대단히 엄격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당파성의 문제로 귀결되며 좀 더 정확히는 관심조차 갖지 않으며 모든 총장측의 논리를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비호한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좌파적 마인드를 가질 수도 있고 우파적 마인드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소 격하게 표현할 수도 있으며 부드럽게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한 사실관계에서 나오는 판단이 아닌 자신이 가진 믿음이나 가치에 준해서 나오는 판단이라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지금 외대 학생들이 보이는 모습은 이런 위험한 결과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듯해 기분이 조금 언짢아집니다. 앞으로 교육과 언론이 차차 나아져 감정이나 믿음에 앞서 침착하게 사실관계를 파해치려는 노력이 선행되는 대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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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뺏기기 싫다"는 것이 대의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결국 '밥'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까. 정치파업이든 뭐든,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세상은 정말로 끝장난 세상인 것 같습니다.
탈정치화는 결국 재앙을 부를 뿐이지요.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는 세상이 위험한 것은 맞는데 그건 대의라기보다는 그냥 목적이라 해야겠지 -_-a
정치적 파업이 불법인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파업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번도 우리 사회에서 합법적 파업이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파업은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파업은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받아왔죠. 파업이 보호하려고 하는 노동자로부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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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정말 합법파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네요. 다른 나라라면 당연히 합법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넘어가겠지만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