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일관성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한 번 선택을 하고나면 사람들은 그 선택에 대해 옳다고 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르다고 하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이러한 성향을 가지는 당연한 현상이니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겠다. 이러한 고집이 없는 것은 역으로 줏대가 없다는 이야기도 되니까. 하지만 이가 지나친 경우 독선으로 흐를 수 있으니 매우 주의해야 하는 현상이다.
한 학기가 거의 마감되는 시점에서 내 선택이 옳았는지 돌아본다. 내 스스로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 성실성에 문제는 있었다만 일단 정치학과 경제학의 발판을 놓았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얼마나 그 기초를 돈독히 하고 사고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라는 이 말, 이것은 어쩌면 나의 믿음에서 온 것이 아닐까? 오늘도 경제학 교수님께 잠시 상담을 했다. 짧은 시간동안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옳을지 많은 조언을 얻으며 나름대로 내 선택이 옳다고 확신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경제학 교수님이 경제학을 일정이상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깊이 있게 해야 더 큰 시각을 기를 수 있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정치학 교수님이 정치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철학을 중시하고 사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사학을 중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나는 나 자신의 관점을 중시한다.
내 입장이 과히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학부생활은 이제 일년밖에 남지 않았으며 여전히 학비와 생활비 문제에 시달려야 한다. 남은기간 정치학은 어거지로 학부과정을 이수할 수 있으나 경제학은 사실상 독학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그 동안 꾸준히 해
온 독서와 시사를 상당부분 버려야 한다. 독서에 매진하며 이미 시사를 읽는 눈을 많이 잃어온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상당한데 이제 겨우 상당히 스킬이 정립된 독서도 멀어져야 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솔직히 앞으로 경제학을 계속 공부한다면 거의 모래를 씹는 기분일 것이다. 미거시에 국제경제를 닦아 시각의 틀을 정립할 때까지 많은 현상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로 생각하고 하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오늘 간만에 경제학을 공부하는 후배를 만났다. 미국 유학을 꿈꾸며 수학과 경제학을 파고드는 영특한 놈이다.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며 녀석이 한 말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형은 그냥 특출난 부분이 있으니 그 쪽으로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옳은 말이고 고마운 조언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고집을 놓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언제나 내세우는 그 주장의 정당성 때문일까, 아니면 일관성의 법칙 때문일까? 사람의 생각을 숫자로 정확히 계산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일관성의 법칙이 나를 상당히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이 좀 더 확률적으로 정확하리라.
하지만 여기서 길을 되돌리기보다 그대로 걸어나가는 게 올바른 선택이 아닌가 한다. 이제껏 내가 나 자신의 길을 긍정한 것은 결국 일반적인 길로 일반적인 성공에 이르기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것을 얻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다시금 길을 되돌린다는 것은 설사 더 높은 지위를 얻더라도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 삶을 긍정하는 것은 이와 대립하는 다른 길을 부정하는 길이었을테다. 이러한 길을 걷고서 이제와서 한 수 물린다는 것은 조금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은 핑계나 타협이 아닌 그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실패하여 그 때 뒤늦게 되돌린다면 그것은 최소한 후회의 기회라도 주어질 것이다. 후회는 자신에게 충실한 이들의 특권이다. 실패하고 후회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충실하지 않은 삶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 랍비가 청년에게 이야기했다.
"자네가 어떻게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네."
청년은 랍비에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상 역시 저를 바꿀 수 없습니다."
ⓣ http://www.realfactory.net/trackback/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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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 아침에 즐거운 웃음 하나.
하하하하, 언더독님, 반갑습니다.
크크 Inuit님도 아시려나? ㅎㅎ
통렬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맞아요... inuit님은 팔방미인이자 욕심장이... ^^;; 저같은 블로거는 어찌 살라고 ㅡ.ㅡ
쉐아르님이면 충분히 엄마 친구 아들입니다. 엄마 아들인 저는...... ㅜ_ㅜ
두자리수의 조회수를 가지고 어찌 엄친아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승환님이야 말로 파워블로거시죠 ^^
ㅎㅎㅎ 되게 많이 웃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
이게 뭥미?
깔깔 웃다가 주르륵 흐르는 눈물. ㅠ.ㅜ
정체성이 없어져 가고 있어요. 흑흑..
(그런데 저 랭킹은 어느 사이트죠? )
뭐, 젊어서 못 하셨다는 여행, 마음껏 하셔서 좋다고 해야 할지도(...) 순위는 블로그 코리아 랭킹입니다.
내친김에 1위를 노리시는 것도 좋겠지만 문제는 비지니스에서는 아예 순위권 밖이라는...;;;
아예 비수를 꽂는.. ;;;
그래도 나름 파워 블로거 아니십니까... 수익 제로의...
크헉..
도전으로 받아 들여도 됩니까? z(-_-z)
굽신굽신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