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7/20 절대 미디어 법칙 (4)
  2. 2008/06/09 신문사의 RSS, 조선일보에게 배워라 (22)
  3. 2008/06/01 쇼맨십과 커뮤니케이션을 모르는 두 대통령, 노무현과 이명박 (20)

"절대 미디어 법칙"

1법칙 : 절대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공급하라
2법칙 : 절대로 1법칙을 잊지 말라
- 리승환

예전 inuit님이 포스팅한 절대 투자법칙의 패러디입니다. 오늘 이녁님의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긴 글인지라 다들 읽기 귀찮아하리라 생각하기에 -.- 이녁님의 주장 중 핵심 문단을 옮겨 보겠습니다.

글이 제법 산만해졌는데, 한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여론은 오프라인의 사람들이 찾을 때 비로소 사회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오프라인과 괴리된 인터넷 여론은 우물 안 소수의견으로 머물 뿐 현실의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것은 인터넷 여론이 설득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터넷 여론은 찾는 사람만 필요에 따라 찾기 때문이다. 1000개의 기계가 있다 해도 그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이 20명이라면 결국 20대의 기계밖에 없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현실의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주인없는 차처럼 무의미한 도구에 불구하다.

별로 부정하기 힘든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인터넷(정확히는 사이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사람들 구미에 맞는 글을 쓰면 됩니다.

물론 모든 미디어 사업에는 정치경제학적인 힘이 작용하기에 단순히 콘텐츠만으로 그 영향력을 확보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 마음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발행하다가는 그 독자를 잃기 일쑤입니다. 

네이버와 조중동이 이번에 많은 팬을 잃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네이버는 언제나 약은 처신을 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죠. 조중동은 언제나 수사와 선동에 바빴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여기에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조중동과 네이버에 강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갑자기 아고라와 경향, 한겨레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들은 참과 거짓, 올바름과 그름보다는 자신과 공감하는 무언가를 보고 싶어합니다. 그간 조중동과 네이버는 이를 효과적으로 해 냈고 지금은 아니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물론 이 근저에 그들의 비도덕성이 깔려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인과관계로 엮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경향, 한겨레와 아고라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미디어의 수용자는 단순히 스펀지같이 정보를 흡수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정보를 선별합니다. 그리고 그 선별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을 거스르지 않는 것입니다. 때문에 촛불 시위도 아고라, 이글루스로부터 촉발되었기보다 단지 심지에 불을 붙였다는 표현이 적합하겠지요. 이미 설득당할 준비는 끝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성공하는 매체에는 여러 조건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논리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잘 쓴 글이라 해도 맘이 맞지도 않으면 그만입니다. 절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공감은 최소한의 기본조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죠. 대표적인 예가 유전자 조작 식품입니다. 추유호님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유전자 조작은 위험성이 굉장히 낮음에도 유럽의 생산량은 매우 낮고 기준은 엄격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만일 이 기사가 조선일보라 거슬리셨나요? 바로 이 '브랜드'가 때로는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할 때 버텨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전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해 온 역사가 집적되어야 하죠. 그리고 이 브랜드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사이트 뿐 아니라 어느 매체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합니다. '한겨레'나 '경향'을 보는 분들 역시 그렇지 않나요?

선결 전제 요구의 오류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강화할 콘텐츠를 원합니다. 결국 미디어를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끊임없이 자신이 옳음을 증명해 줄 미디어를 찾는 것이죠. 아니라고요? 한 번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거슬리는' 미디어를 몇이나 보십니까?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신문사의 RSS, 조선일보에게 배워라"

중국 오고 나서 정보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없고 PC방의 접속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전에는 이런저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신문을 보았는데 이제는 죄다 RSS 구독에만 의존합니다. 실행해보니 RSS reader를 사용한 신문구독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직접 신문사 홈페이지 방문하는 것보다 이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1. 제목과 일부 내용만 나열되기에 빠르게 '중요하지 않은 기사'를 무시할 수 있다.
2. 헤드라인의 크기에 좌우되지 않고 모든 제목을 동등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RSS 구독의 문제는 수집되는 기사의 범위가 완전히 사용자에 적합한 형태로 한정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즉 사용자에 적합한 세분화가 없이는 되려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제가 중국 관련 정보만을 얻기 원한다고 할 때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간다면 대개 '국제' -> '중국' 을 클릭함으로 이 곳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RSS 제공이 단지 '국제면 전체기사'로만 한정되어 있다면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이점을 상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feed43이나 feedity (사용법)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강제 수집이라는 게 성능의 한계도 있고 귀찮기에 결국 RSS reader를 통한 신문 구독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해당 신문사의 RSS 서비스가 세분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사의 RSS 정책은 매우 형식적입니다. 문화관광부 뉴미디어 산업팀에서 대충 정리한다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다들 그렇듯 완전 제맘대로인고로 다시금 정리해 보겠습니다.

신문사 총 수  특징
한겨레 17 각 섹션별 기사 및 인기 기사 제공
중앙 14 각 섹션별 기사 및 인기 기사 제공
경향 16 각 섹션별 기사 및 인기 기사 제공
동아 19 각 섹션별 기사 및 인기 기사 제공
오마이 31 각 섹션별 기사, 지역별 기사, 오마이뉴스E 제공
미디어오늘 28 각 섹션별 기사 및 일부 특집 기사 제공
한국 3 검색 RSS 제공 (도움 전혀 안 됨)

보다시피 한국일보가 허접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 비슷합니다. 섹션별로 제공하는 정도죠. 미디어오늘의 특집 기사 제공은 의도는 좋지만 특집이라는 게 일정 기간을 넘으면 더 이상 발행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사용자로 하여금 입력 후 삭제를 하는 귀찮음을 안겨 줍니다. 더군다나 그 RSS가 발행될지 안 될지의 여부도 알기 힘들고요. 한국일보는 검색어를 통한 RSS를 제공하지만 넘치는 적절한 필터 없는 검색 수집은 되려 시간낭비라고 봅니다. 오마이뉴스E는 매우 흥미로운 시도이지만 (특히 인기 편집노트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풀이 크지 않아서인지, 오마이뉴스의 성향에 맞는 분들만 올리는 한계 때문인지 그다지 다양한 내용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천편일률적 RSS를 넘은 신문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독재정부의 귀염둥이 조선일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이 두려우신 방우영 회장님의 자서전이 절찬리 발간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도 이명박의 굽실굽실 본능은 죽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RSS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먼저 뉴스, 엔터테인먼트, 뉴스플러스, 영문 조선의 4개 영역 대분류 후 그것을 총 32개 영역으로 소분류했습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소분류 내에서도 다시금 분류를 해 정말 원하는 기사만을 수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 문제 중 중국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 해당 기사만 수집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문제는 읽고 싶은 칼럼이 하나도 없다...

이 외에도 조선일보 RSS의 장점은 무진장 많습니다. 예로 조선일보는 '인기기사'마저 섹션별로 제공하는데 주요 기사만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서비스입니다. 또한 블로그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주요 RSS reader별 추가 버튼까지도 친절하게 설치해 두었고요. 게다가 대부분의 신문사 계열 잡지사들이 단독 RSS를 발행하지 않는 데 반해 조선일보는 '주간조선'의 RSS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무려 '위젯'까지도 제공한다는 겁니다. 위젯 설정도 매우 감각적이고 간단합니다. 한겨레도 '하니티커'라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보면 좀 안쓰럽습니다. 직접 가서 보세요. 얼마나 차이가 큰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오, 역시 앞서가는 언론사는 뭔가 다르구나!

저라고 조선일보를 좋아하지야 않습니다만 확실히 조선일보는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은 신문사입니다. 기사 질이 높은 거야 돈이 많으니 그렇다치고 RSS에서 알 수 있듯 상당히 독자 친화적입니다. 홈페이지부터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고요. 사실 한국에 RSS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그런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일이죠.

사실 RSS 제공은 신문사 입장에서는 약간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사 홈페이지 유입량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자사 신문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포해 최대한 사용자를 묶어 두려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리소스 낭비로 컴퓨터 속도 저하를 일으킬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등 귀찮게 하는 요소가 있는 서비스인지라 그저 외면받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요즘 시대에 신문 하나 열독하는 독자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거 쓰는 사람 병역특례시절 차장님밖에 못 봤다, 강제로 설치된 후 지울 줄을 모르는 고로... -_-...

소비자는 매우 효율적이지는 않아도 최소한의 득과 실은 구분할 줄 압니다. 그들은 자신을 편리하게 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언제든지 옮겨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신문사들이 조선일보처럼 신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그저 동일 컨텐츠를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옮긴다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좋은 컨텐츠가 매우 무의미해 질 수 있습니다. 마치 아무리 머리를 잘 깎는 미장원이라도 그 곳이 너무 멀다면 찾아가지 않듯 말이죠.

조선일보는 이러한 점에서 언제나 발빠르고 영리하게 행동합니다. 동아와 조선도 요 몇년 새 질적으로 상당히 좋아지고 중앙 선데이나 동아 비즈니스 리뷰를 내놓는 등 더 독자 입맛에 맞고 전문성 높은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영역에서는 전혀 조선에 미치지 못합니다. 가난한 참언론들은 질적 차이가 점점 드러나며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고요. 하지만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측면은 자본보다는 배려가 중시되는 부분입니다. 얼마든지 재벌 언론과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이가 돌파구라고는 할 수 없어도 최소한 영향력을 확대할 발판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구미디어는 전혀 몰락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스스로 몰락의 길을 조용히 밟아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에게서 그 길을 벗어날 수 있는 일말의 insight를 얻길 바랍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쇼맨십과 커뮤니케이션을 모르는 두 대통령, 노무현과 이명박"

최근 들어 사랑받는 노무현, 미움 받는 이명박이라는 공식은 아주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머리 속에 이들은 여전히 비슷한 부류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둘 다 정통 정치인의 길을 걷지 않았음에도 둘 다 정치의 최고 지위에까지 올라섰다는 점,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예전 방식을 고집하고 있고 그것은 기존 정치 행태와 부딪히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둘 다 정당을 내치고 독선적인 길을 걷고자 하며 기존의 조직 구조를 물려 받는데 인색합니다. 가뜩이나 정당 내 씽크탱크가 약한 한국 정당 구조에서 이는 정치 기반은 물론 정책의 안정성마저도 해치며 결국 이들의 지지율을 끌어내렸죠. 결국 두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하는' '반정치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sonnet님의 글을 인용하는 게 빠르겠군요.

시간이 흘러 이윽고 노무현이 퇴임하고 이명박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명박은 '말뚝뽑기' 내지는 anything but Roh를 표방하며 노무현과의 차별화를 강하게 외쳤지만, 이상하게도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지지했던 큰 흐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명박 역시 방향은 좀 달랐지만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강한 반관료 "개혁" 성향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노무현의 반관료성향이 기득권층을 문제시하는 재야 내지는 아웃사이더적 성향에서 온 것이라면, 이명박의 반관료성향은 민간기업이나 자영업자 출신들이 공무원을 보는 전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공조직은 일도 열심히 안하는 등 민간기업에 비해 말할 수 없이 글러먹었으며, 혹독하게 군살을 빼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조는 sonnet님 직접)

이처럼 정치를 싫어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이들이 '정치를 모른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정치의 본질이 무엇이건 간에 현대 사회에서 정치는 상당히 '쇼'의 성격을 가집니다. 즉 '어떠한 정치를 하느냐' 이상으로 '어떠한 정치를 보여 주느냐'가 중요한 사회인 것이죠. 때문에 대통령은 단순히 공식적 지위를 넘어 일종의 '연예인'이자 '얼굴 마담'이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관료와 정당을 쳐내는 '반정치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좀 다르지만 정당 정치를 기초로 하고 복잡한 관료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대통령은 아래 수 많은 조직과 인물을 대표해 심판, 평가를 받는 부분이 대단히 큽니다. 때문에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의 무게는 더욱 막중해지는 것이죠. 연예인 + 연예 기획사 사장 = 대통령...이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수만하고 보아를 믹스하면떡을 치면 이명박이 나옵니다. 진짜에요.

그러나 '대통령'은 '연예인'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연예인은 욕을 먹더라도 팬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대통령은 되도록 적을 만들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최고의 위치에 있고 '표밭 장사' 와 '안정성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만 해도 최고 지위에 오른 연예인은 아이돌 스타가 아닌 한 티비에 너무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영화 배우는 그러한데 너무 쇼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대통령 역시 되도록이면 아젠다를 생산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자꾸 꼬리 밟힐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죠. 차라리 확실한 결과물을 하나 내 주는 게 낫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시장' 시절은 성공한 정치인으로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저는 이명박 재임 시절 서울에 살았으면서도 이명박이 뭘 했는지 잘 모릅니다. 단 두 가지는 분명히 압니다. '청계천'과 '교통 개선'이 그것이죠. 물론 일각의 비판도 받았지만 이 굵직한 족적은 이명박을 대표하는 성과로 자리매김했고 지금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노무현은 '행정 개혁'에서는 다소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어지간히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가 무엇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가 겪은 두 번의 지지율 반등은 '탄핵'과 '한미 FTA'였고 이 중 족적이라 할 만한 후자는 결국 재임 기간 비준에 실패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준에 성공했다면 저기 MB가 MH로 바뀌어 있을 듯, 인생 몰라요...

이에 반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마 역사상 가장 많은 아젠다를 생산한 대통령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가 한 사람의 논객이라면 상당히 이름을 떨쳤을 것입니다. 물론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동의하는 사람도 많았을 테고 늘어나는 적들은 되려 그의 명성을 키워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계속해서 아젠다를 생산하면 국민들은 되려 불안해 할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해 어떠한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무능력'하다는 딱지가 붙기 쉽상이죠. 차라리 집권 여당 시절 개혁안을 강행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한나라당과 타협안을 마련할 뿐이었고 그것은 그의 지지자들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죠.

이명박 대통령은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노무현처럼 아젠다를 생산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실행력을 최대한 강조하고자 집권 초기부터 다양한 정책을 펴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정책이 국민들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음에도 이를 밀어 붙이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책들은 되도록 '다수의 입맛'에 거슬리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 그것이 다수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입맛에 거슬릴 경우 피하는 게 좋죠.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는 가능한 일도 아니다보니 대개 소수를 족치는 정책 위주로 나가게 것이고요. 그래도 이러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면 그 비용이 얼마나 들건 커뮤니케이션에 최대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토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던 노무현 정부도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FTA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쇠고기 수입은 노무현 정부가 이미 FTA의 4대 선결 조건으로 받아들인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저 자연히 이어 받은 거죠. 그럼에도 이가 크게 비판받지 않았던 것은 '광우병 괴담'이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FTA라는 대의제 속에 살며시 숨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기에는 FTA에 대한 여론도 과히 좋지 않아 반대가 70%에 달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어마어마한 투자로 이것조차 극복했습니다. 지하철에서까지 FTA 예찬을 하며 세뇌하는데 어느 국민이 배기어 내겠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뇌는 어릴 때부터

제가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신경제 100일'을 롤 모델로 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를 매우 잘 이해하는 훌륭한 연예인이었습니다. 그가 내세우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욕 먹지 않는 굵직한 정책'이었습니다. 하나회를 쳐내는 일이나 금융실명제, 결국 좋을 것은 없었지만 OECD 가입까지 그가 내세우는 정책은 내실이 어떻든 국민의 환영을 받기에 충분한 정책이었습니다. 비록 정작 내실은 엉망인지라 말년에 다 뽀록나고 말았으나 삼당합당에서부터 보여지는 그의 쇼맨십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커뮤니케이션과 비할 게 아닙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수구 세력과 타협만 일삼았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원내 다수 정당도 아니었고 언론의 지원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되도록 조신한 선택을 택합니다. 노무현 정부와 달리 공권력 투입도 대단히 신중하게 행했고요. 좋은 정책은 아니었지만 카드를 통한 인위적 경기 부양도 그의 '연예인'적 기질을 잘 보여 줍니다. 물론 이가 정권 말기에 역시나 뽀록 나며 되려 역효과를 낳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도 고생하게 만들었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적어도 정권 이양은 좀 더 용이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한국 사회 특성상 5년 후에 자기 정당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있어도 분당, 탈당 등이 있었을 것이며 심지어 이 나라가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막 나가는 블로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분들이 있는 한 한반도는 내일 당장 어찌 될지 모릅니다.

저는 '국가 안정성'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고 여기에는 '대통령의 쇼맨십'이 필수적이라 봅니다. 그리고 그 '쇼맨십'에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받쳐 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대중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쇼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은 미디어와 무관합니다. 요즘 촛불 시위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뉴 미디어 시대를 예찬하는데 저는 그 전파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 미디어 시대라 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발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국가의 국민이든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국민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정확히는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고서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결정은 되도록 내리지 말든지,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든지 해야 합니다. 과거라고 해서 조중동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정부가 필요한 것은 국가 손익 계산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기본적인 라디오조차 얼마 보급되지 않은 시절 4.19 혁명이 일어났고 모든 언론이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던 시절 5.18 항쟁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잔머리이고 쇼맨십이라고 해도 저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그 잔머리와 쇼맨십이 먹혀 들어갔음은 적어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는 것이니까요. 노무현 정부가 남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이미지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엠티가서 튀려고 오버하는 이미지라고만 느껴집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