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며 묘하게 한국이 영어에 대한 선호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제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니. 언젠가부터 우리 말에서 나열이 쓰일 때 미국식으로 마지막에 '그리고and'가 붙는 게 일상이 된 듯 하네요. 뭐 내용과 아무 관계 없으니 접어두고...
작가주의 냄새가 좀 나는 영화입니다. 아주 재미없지는 않지만 보면서 좀 지겹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80%는 굉장히 뻔하게 진행되다보니 지겨움을 피하기 힘들거든요. 별 볼일 없는 남정네 '츠네오'가 이상하게 여자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어서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이쁜 아가씨를 하나가 알아서 찾아듭니다. 하지만 이 순수한 청년의 마음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녀 '쿠미코'에게 가 있고 결국 이 놈의 순정파는 미녀를 갖다버리고 쿠미코에게 가 버립니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의 80% 우리 모두 이 멋진 청년에게 박수를...
쳐야겠지만 결국 남자는 쿠미코를 버리고 미녀에게 가 버립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감독 이누도 잇신의 메시지가 홍상수 영화마냥 남자라는 동물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여자랑 하루밤 자려고 노력하는 홍상수의 주인공과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적어도 그 순간은 꽤 진실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누도 잇신 쪽이 홍상수의 남성관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것 같아 보여요. 술만 먹으면 (솔직히 안 먹어도) 떡 생각에 가득한 동물이 남자이지만 또 여자한테 버닝하면 정신 못 차리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게 남자거든요. 제 주변 인간들 중에서도 현실여건이건 뭐건 다 잊고 여자한테 올인했던 놈들이 꽤 되는데 개인적으로 참 존경스러워요. (참고로 성공률은 안습에 성공한 놈도 기회비용 따지면 안습)
하지만 이누도 잇신의 인간관은 결코 남성 특유의 로망스나 자기애에 빠지지 않습니다. 전작인 '금발의 초원'에서도 그러했듯이 결국 그가 그리는 사랑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금발의 초원에서도 80대 치매 노인을 간병하던 20대 아가씨는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이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맺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역시 마찬가지에요. 가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 생활이 TV에 나오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러한 사랑이 맺어지지 힘듦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더군다나 대개 남자가 장애인이고 능력도 좀 있는 경우고요. 신체적으로 아무 하자없는 남녀의 연애도 깨지는 게 일상다반사인데 비대칭적인 관계가 계속 이어져 나간다면 그야말로 TV감이죠.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맘에 들었던 점은 단순한 현실을 비춰주는 데 그치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저 자신만의 세계 속에 살고자 했던 쿠미코는 츠네오를 통해 외부와 접촉하게 됩니다. 처음 츠네오를 경계한 그녀는 츠네오가 없을 때 그저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갈만큼 모든 것을 츠네오에게 의지하고 애착을 가지게 되지만 결국 츠네오와 이별하며 이를 벗어납니다. 츠네오와 이별 후 에게 언제까지나 업히기를 원했던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휠체어를 운전하고 남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쇼핑을 합니다. 그녀의 독백 그대로 츠네오가 없음은 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이 홀로 버려지는 것이겠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깨달은 것이죠.
감독은 현실의 냉혹함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한 쪽을 약자로 삼았지만 사실 우리의 평범한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결국 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게 되고 또 다른 사람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서 자유로운 이는 거의 없을테니까요. 어쨌든 냉혹한 현실과 나약한 이상을 너무 아름답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려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둘 사이의 타협은 항상 일방적이지만 이상에 빠져 지낸 시간은 그 나름대로 소중한 것인 듯 합니다. 현실에 파묻히고 이상에 빠지지 않았다면 쿠미코도 계속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갔을 테니까요.
뭐, 현실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뜨겁게 사랑하다가도 결국 현실적으로 되는 (이 말을 쓰기 싫은데 대체할 단어가 없네) 그런 것. 일본 성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자기 가치관에 비춰 보는 것일텐데 내 경우는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거기까지 들어가면 완전 18금인고로 -_-a
현실도 쓸만한데 현실마저 포샵질을 한 듯한..
역시 예리하십니다. 스틸컷으로 보면 캐안스비...
저는 이정도 현실이면 땡큐에요.
위 댓글을...
8줄로 사람을 폭소하게 만드는 재주가 부럽습니다~~
T_T;;;
제 현실을 담았다는 게 좀 슬픕니다만...
저는 가슴에 손을 엊고 솔직하게 질문해 보았습니다.
"허세 부리지마, 결국에주면 먹을 거면서 안그래?"
네 그렇습니다.. 라고 말한뒤 가슴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손이 떨어지지 않을만큼 와닿습니다...
솔직하고 친절한 박과장님...아흑
우리의 미래...
제 어릴 때 꿈은 세일러 문이었죠;;; ㅡ.ㅡ; 원래 꿈과 현실은 차이가 큽니다.ㅋㅋ
난 턱시도 가면...
결론이 참 가슴찡하내요...( __);;
아마도 누군가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결론 : 박과장님은 얼마 전 다시 원래 회사로 돌아왔다고 한다.
결론 : 박과장님은 얼마 전 다시 원래 회사로 돌아왔다고 한다.
;;; 저런.. 그렇군요.
네, 왠지 AT4W님은 경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