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번 대선에서 뽑을 놈이 없다고 한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한가지 의문을 버릴 수 없다.
정말 ‘이번 선거’에 그렇게 뽑을 후보가 없었던가?
내가 볼 때 이번 후보들이 예전 대선 후보들에 비해 그렇게 나을 것도 없지만 또 크게 떨어질 것도 없는 것 같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 끝에 2위를 차지한 이회창 후보가 있고 3위를 차지한 권영길 후보가 있지 않는가? 정동영이 노무현보다 크게 못난 인물이던가? 물론 당시 노무현과 현재 정동영을 비교해 볼 적 정동영이 분명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노무현 정부를 5년째 겪어 왔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노무현과 정동영은 어떠한가? 내 생각에 국민 반수 이상은 그래도 정동영에 손을 들어줄 듯. 나머지 후보들은 어떤가? 이한동이 문국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가? 관심도 없겠으나 토론을 보니 김영규보다 금민이 확실히 말은 잘 하는 듯 하다.
포스터는 웃고 있지만 사실 무시당하고 까이느라 힘든 애들
15대 대선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역시 이회창과 이인제, 권영길, 심지어 허경영까지 자리잡고 있다. 김대중이 끼인 게 차이인데 이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 14대 대선으로 가면 나아지나? 공공의 적 김영삼이 대통령이 된 게 이 때구나. 정주영 회장이 있었는데 대선 때문에 욕 많이 봤음, 깨끗한 정치 하겠다더니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들어가 증거도 없는 깽판치고 탈당한 박찬종이 있고 백기완도 있구나. 13대는 이름값은 무지하게 화려함, 보통사람 노태우와 삼김이 동시에 출진! 와, 이거 완전 드림팀이구만. 얘네들 안티만 모아도 국민 대화합 가능할 듯. 이처럼 후보 하나하나 비교해 볼 때 사실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게 내 생각, 그럼 유권자들의 눈이 무지 높아졌나? 눈이 높아져서 온갖 부정을 저지르고 전과까지 달랑달랑거리는 이명박에게 과반수를 쏟아붓고 있나? 모르겠다, 물구나무서기 한 채로 눈이 높아졌는지도.
네이버 삼김 검색 결과, 아쉽게도 유효기간은 지났다. 누가 나 김치전 좀 사 주...
보다시피 적어도 국민들이 대단히 눈이 높아지지만 않았다면 – 그리고 그것은 이명박 지지로 거의 틀렸다고 보면 될 거고 – 이번 대선은 그리 뽑을 사람이 없는 선거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다들 뽑을 사람이 없다고 난리였을까? 나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싶다. 첫째는 이명박의 독주이다. 노무현 – 이회창, 김대중 – 이회창과 같은 뚜렷한 구도가 그려지지 않음으로 많은 반이명박 성향의 유권자들이 누구를 찍어도 이명박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내뱉은 말이라는 게다. 물론 뽑을 놈 없다며 이명박 뽑는 이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반이명박 성향의 유권자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아직까지 구태의연한 인물중심 정치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뽑을 놈 없다는 말이 덜 나온 이유는 적어도 출마하는 이들의 이름값만큼은 이전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란 거다. 이번에는 정당 없이 반 버로우 상태였던 이회창이었지만 한나라당에 속한 이회창의 네임밸류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의 경쟁자였던 노무현은 오히려 그에 반하는 정서를 잘 탄 케이스지만 이러한 정서를 얻을 수 있었던 그의 과거 경력은 그 어느 후보 못지 않았다. 비록 대선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정몽준은 대재벌 별나라 왕자님이 아닌가? 그러나 이들조차 15대 대선까지 존재했던 삼김에 비하면 그야말로 어린애 수준의 명성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 타 후보보다 명성에서 비교하기 힘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은 인물중심 정치가 이어지는 대한민국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명성은 분명 그 사람의 과거를 함축하고 있기에 결코 무시할 요소는 아니다. 막말로 나쁜 짓 드럽게 많이 해서 유명한 놈과 착하게만 살아 온 듣보잡 인간이 나온다면 어느 쪽의 발언에 더 무게감이 실리는지는 사랑스러운 당신의 자녀의 incoming폴더에 AV가 가득한 것처럼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명성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을뿐더러 그 명성이 이루어진 과정 역시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한 나라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더군다나 87년 이후 권력 수장의 리더십이 점점 줄어들고 제도화되며 한 사람의 역할은 더욱 제한되고 있으며 반대로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세상은 많은 부분을 타인과 기관에 이완하게끔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물을 넘어 그가 속한 정당의 강령과 그 역사, 내놓은 정책, 씽크탱크, 주변인사 등 많은 요소가 더욱 중시되고 이에 따라 한 사람의 영향력은 더욱 하찮아진다.
어쨌든 대선은 60% 초반이라는 무지하게 낮은 투표율 속에 막을 내렸다. 사실 누가 뽑는다고 크게 달라지겠냐고 묻는다면 전혀 안 달라진다고 대답하고 싶다. 물론 capcold님이 ‘세상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바꾼다’는 통찰력 있는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래도 잘 살려면 그 시간에 부동산이나 주식 공부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 물론 삶은 양이 아닌 질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꽤나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정치는 아주 배부른 영역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도 쉽게 뽑을 놈 없다고 이야기하지는 말자, 나름 면밀히 생각하고 조사해 자기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면 최소한 누가 낫다고 이야기하자, 그것도 안 되겠다면 어떠어떠한 이유로 다 싫다고 이야기하자. 어차피 세계 최대의 강국이 세계 최대의 또라이를 뽑는 세상이니 누가 뽑혀도 안 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도 최소한 거들떠나 보고 비웃자. 지금까지 우리는 대체 얼마나 훌륭한 이들에게 표를 던졌다고 생각하는가? 또 대체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 등장하면 표를 던질 생각인가?
결론 : 난 민증 분실로 투표 안 하고 잤다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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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명박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군요. 제 본성이 원래 좀 찌질한가 봅니다.
사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라면 당연히 개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어떤 의견이라도 말이죠.)
네, 물론입니다. 다만 너무 비생산적이지 않나 해서 말이죠 ^^
제가 본 몇몇 경우는... 이명박 지지자들도 "경제만 살리면 되지"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댓글 놀이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게 당사자들에게는 정작 비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ㅋ
아, 그랬구나. 정말 말세다 ㅜ_ㅜ
댓글 놀이가 풍자하는 대상이
ㄱ. 노무현 = 수구언론 ㄴ. 이명박 = 이명박 찍은 유권자... 라는 판단이 신선하네요.
하지만 동시에..ㄴ.의 경우에는 이를 반드시 이명박 찍은 유권자만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 ^;; 그리고 ... 너무 민감하게 사안을 분석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
아무튼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닷. : )
트랙백 글 잘 읽었고 또 동감합니다. 제가 오히려 찌질한 글을 남긴 듯 하네요 ^^
겸사겸사 트랙백 쏩니다. : )
오랜만에 '상동' -_-
지가 보기에도 유권자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근디 말씀하신대로 유권자를 겨냥한 여러 질책이나 훈계조의 얘기들
"이명박 찍은 분들 잘 보세요"류의 그런 글들은 짜증이 만땅이긴 하더만요.
네, 확실히 제가 좀 좁게 이야기한 듯 합니다. 찌질한 글들에 괜히 열폭한 듯 -_-ㅋ
경제가 언제 죽었나요? 노무현 정부의 경제가 그렇게 죽을 정도 였는지 궁금하군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가 비판받는 부분은 전체 양이 아닌 양극화 등의 문제입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사실 중간만큼은 했다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도 마찬가지였음에도 심하게 비판받고 많은 이가 등을 돌리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했다는 투의 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보수언론의 영향력 역시 무시할수는 없겠지만요.
음..인터넷에서 그런 놀이가 유행이었군요...
그와는 무관하게..
새해에 복많이 받으세요. 원하시는 일들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
넵, 감동이에요 ㅠ_ㅠ
어쩌면 저 말은 농담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웃기기보다는 무서운...)
그렇게 해석하니 정말 무섭군요 ^^
이명박을 겨냥하던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를 겨냥하던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면 그 표가 옳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책임도 뒤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분명 이명박 지지자들이 양심을 배를 채울 국밥과 바꿔먹었다고 생각하며
히틀러를 지지했던 독일 국민들이 옳지 않았던 것처럼
이명박을 지지했던 국민들도 옳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댓글 놀이가 문제가 되는것은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댓글의 시작이 수구언론에 대한 조롱에서 시작되었으나
유행이 어느 점을 지나쳤을때, 원 뜻인 조롱의 의미는 잊고
'문장 그대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처럼
도덕성을 외면해 버리고 국밥을 택한 국민들에 대한 '원망'과 '냉소'의 처음의 의미를 잃고
정말로 그러면 어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평균 수준은 그정도 뿐이라고 생각하구요...
네, 확실히 아쉬움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