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만화는 슬램덩크이다. 그러나 출판에서 저작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좀 더 일찍 정착되었다면 아마 그 몫은 타카하시 유이치의 캡틴 츠바사에게 있지 않을까 한다. '캡틴 츠바사'라는 놈은 일본에 무려 '축구 열풍'을 일으키고 '동인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만큼 성공한 축구 만화. 다들 해적판으로는 한 번씩 보지 않았을까 한다. 참고로 SBS에서 방영한 '축구왕 슛돌이'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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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만화의 중요한 특징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것 (헤어스타일도 다 비슷)

한국에서 줄창나게 해적판이 출간된 후에야 당시 아이큐 점프를 발간하던 서울문화사는 '캡틴 날개'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간을 단행했으며 이어 아이큐점프에 그 뒷 이야기 '캡틴 츠바사 J'를 연재한다. 그리고 중간에 갑자기 연재가 중단되었는데 아마도 한국이 일본에 2-0으로 깨지는 게 그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 덤으로 형식적으로는 아시아 결승이지만 달랑 네 페이지만에 패배하는 완전 피래미로 전락한 게 민족정신에 불타는 소년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듯. 이는 출판사의 어마어마한 미스인데 과거 캡틴 츠바사를 아는 인간들은 이제 최소 중학생일텐데 왜 캡틴 츠바사를 전혀 모를 소년 잡지에 연재했는지는 모를 일. 영점프에만 연재했어도 이보다는 낳았을 듯. 여하튼 이 이유로 '캡틴 츠바사 J'는 그 흔한 단행본 한 번 출간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그 명을 다하고 만다.

여하튼 우연히 최형의 컴퓨터에서 캡틴 츠바사를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발간되고 있었다. '캡틴 츠바사'가 중학교까지 내용이었는데 이후 고3 이야기를 다룬 '캡틴 츠바사 월드 유스(캡틴 츠바사 J는 게임 이름에서 따 옴)' 프로 입단 이후 이야기를 다룬 '캡틴 츠바사 Road to 2002' '캡틴 츠바사 Golden 23'까지 무지하게 우려먹고 있다. 물론 일본에 장기 연재 만화가 한둘이 아니지만 스포츠만화로는 아마 기록이 아닐까 싶다. 82년부터 연재했다고 하니 이미 장장 25년이 넘어버림. 우려먹기라고는 해도 이만큼 장기 연재하는데는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는 소리임. 츠바사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은
홍차도둑님의 글혜미오빠님의 글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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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만화도 곧 우울한 서른이다. 광석이 오빠의 '서른 즈음에'를 올리고 싶으나 저작권 때문에...

그래서 캡틴 츠바사가 지금 인기가 있냐면 'never!' 그 이유로 너무 질질 끈다, 페이지 한 장에 한 컷을 넣는 김성모식 진행을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부차적이고 캐릭터의 개성이 '처절하게' 죽어버린 게 그 원인인 듯 하다. 사실 스포츠만화의 인기 원인은 대개 스포츠 그 자체에 있기보다 캐릭터의 개성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 'H2'만 봐도 야구는 개뿔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으며 전문적인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슬램덩크'의 작가인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농구부 경험이 있는지라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실제 작전 활용 등을 복잡하게 하지는 않으며 대개 독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수준에서 멈춘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스포츠 그 자체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개성을 부여하는 데 있다. 그래서 성공하는 스포츠 만화를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따라 스토리 진행 중 각자의 배경을 설명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가는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스티븐킹의 창작론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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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슬램덩크는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농구에 집중한다. 산왕과의 게임만 몇 권인지...

캡틴 츠바사 역시 각 캐릭터에 개성을 강하게 부여하는 데 성공한 만화이다. 축구만화라는 점에서 이는 무진장 대단한데 농구의 경우 5명이 코트에 서 있으며 스탯으로 영향력을 나타내기 쉬운 반면 축구는 무려 11명이 뛰어다니는 데다가 스탯만 보고서는 대체 이 놈이 뭐 하는 놈인지 알 방법이 없다. 야구는 어찌되었든 투수와 타자의 1:1이 반복되기에 개인 종목에 가까운 면이 있는지라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도 어찌어찌 캡틴 츠바사는 그 넘쳐나는 군상들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 덤으로 몇몇 캐릭터를 조기유학시키며 국제대회에서 만나는 외국 선수들에게마저 스토리라인을 주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한다. 덤으로 그들을 통역기로 활용해 대화까지 시킨다...

방금 문단에서 이야기한 것은 캡틴 츠바사 본편 이야기고 이후 '월드 유스'부터는 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스포츠만화의 스토리가 길어지면 기존 인물들의 스토리라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든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든지 해야 하는데 작가는 여기서 뭔가 갈팡질팡한다. 기존 인물들 중 어느 정도 비중이 부여되는 이들은 일부에 불과하며 새로운 인물들은 대충대충 넘어간다. 아시아 라이벌에 되어야 할 한국은 스트라이커 부상이라는 이유로 4페이지만에 끝나고 심지어 세계대회 준결승전은 한 페이지만에 두 경기 스코어를 보여주고는 끝나 버린다. 어차피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닐진데 그저 결과만 보여주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이런 식으로 가니 기존 인물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새로운 인물들은 개성을 부여받지 못한 채 그냥 축구만 한다. 아주 적절한 예를 들자면 훌륭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성인영화를 보다가 포르노를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나는 후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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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스토리라인의 대표적 영화 쌍벽

더 구슬픈 것은 '월드 유스'는 그나마 양반이고 'Road to 2002'부터는 아예 작가가 츠바사 빠돌이로 전업한다. 농담이 아니고 츠바사 이야기밖에 없다. 그렇다고 새로 나오는 인물들이 무슨 스토리라인이나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츠바사한테 밟힌다. 오죽하면 츠바사가 스페인리그 첫 경기에서 3골 3어시스트를 기록한다. 'Golden23'에서는 다시금 대표팀을 형성한다는데 (이건 직접 보지는 못했다) 들은 바로는 츠바사, 와카바야시, 휴가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피래미급이 되어 '역시 츠바사가 없으면 안 되' 라는 말이나 해대고 츠바사가 히어로마냥 등장해 게임을 뒤엎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사실 '슬램덩크'의 독자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다양하듯 '캡틴 츠바사'의 독자 중 츠바사의 팬 역시 일부다. 그런데 만화가가 츠바사 빠돌이 모드로 나아가니 나머지 독자들에게는 맘 아픈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슬램덩크 2부에서 강백호가 3점에 돌파력까지 익혀 돌아와 나머지 선수들을 밟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보다 큰 재앙이 어디있겠는가?

어쨌든 이런 고로 현재 일본에서 캡틴 츠바사의 인기는 거의 없다고 하고 그저 올드 팬들이 어이 되었나 하며 읽는 정도라고 한다. 캡틴 츠바사 게임은 이러한 모습을 잘 반영하는데 정작 캡틴 츠바사 스토리가 얼마 진행되지 않았을 때는 내용을 앞서가며 기대감을 부풀게 했는데 스토리가 진행되자 갑자기 예전 이야기를 다시금 게임으로 내놓으며 복고 심리를 이용, 마지막 우려먹기를 하고 있다. 돈도 돈이고 인기도 인기지만 역시 뭐든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를 지키지 못해 캡틴 츠바사는 사람들의 추억을 아프게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대중은 민주화 영웅에서 카드대란 역적으로 된 김대중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지만 걔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넙죽넙죽 절이라도 받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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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슬램덩크 2부가 나오지 않기를 절실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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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og 2008/03/30 21:01 | PERMALINK | EDIT | REPLY |

    "현재 일본에서 캡틴 츠바사의 인기는 거의 없다고 하고 그저 올드 팬들이 어이 되었나 하며 읽는 정도라고 한다" ㅋㅋㅋ 무슨 일기예보도 아니고... (음.. 이엠비께서 요즘 일기예보까지 챙기신다고..)

  2.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0 | PERMALINK | EDIT |

    올드팬들의 눈물을 엠비오빠와 비교하시다니 너무합니다, 그 분은 좀 게을렀으면 좋겠는데...

  3. BlogIcon foog 2008/04/02 16:14 | PERMALINK | EDIT |

    저의 망언에 대해 올드팬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T_T

  4. BlogIcon 우리얍!!! 2008/03/31 00:10 | PERMALINK | EDIT | REPLY |

    슬램덩크는 너무 농구에 집중한 것도 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너무 억지 설정이 많아졌죠.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는 나름 멋있었으나 그 이전의 산왕전이 너무 어거지라 감동이 반감되었죠.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일단 산왕이라는 팀 자체가 워낙 상식밖의 팀이라서요..

    개인적으로 북산vs해남전이 제일 맘에 듭니다..^^;;

  5.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1 | PERMALINK | EDIT |

    사실 게임 자체를 차치하고서 고교생들 레벨이 아닙니다. 대학 올스타팀을 가볍게 제압하는 산왕, 그리고 그들을 제압하는 북산 -_-

  6. BlogIcon 2008/03/31 09:15 | PERMALINK | EDIT | REPLY |

    전 캡틴 쯔바사를 게임으로 먼저 접했습니다. 진짜 축구게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희한한 시스템이었는데, 그게 나름 재미를 줬던 것 같으요.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것 같은데 와카바야시라는 캐릭터가 멋있어 보여서 좀 봤어요.. 사실 출판만화로는 좀 보다 말았습니다. 그래도 승환님 덕에 오래 전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네요.

  7.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2 | PERMALINK | EDIT |

    사실상 월드 유스부터는 재미가 없으니 게임 쪽이 훨 낳은 것 같습니다. 5까지는 해괴한 시스템을 썼으나 그 시스템을 버린 이후 별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다고 하더군요.

  8. BlogIcon k 2008/03/31 19:55 | PERMALINK | EDIT | REPLY |

    난 아직도 와카시마즈의 손가락 펴서 공 막기를 잊지 못해. 물론 골대 밟고 뛰어다니는 것도...

    이시자키의 바나나슛과 소다의 면도날 슛은 더 그립지..... :P

  9.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3 | PERMALINK | EDIT |

    바나나슛은 어차피 중간만 되도 쓸모가 없는데다가 안면블로킹 체력 소모 때문에 더욱 쓸 일이 없었던 듯... 소다는 나중에 패스 전용 캐릭터로 전락했던 기억이 ^^

  10. BlogIcon Astarot 2008/03/31 19:56 | PERMALINK | EDIT | REPLY |

    박수칠 때 떠나라...항상 듣는 말이지만 정말 중요한 말입니다.
    긴다이치(김전일)의 작화를 했던 사토 후미야가 예전에 캡틴 츠바사로 BL 동인을 했었다는 게 생각나는군요, 뜬금없이-_-;

  11.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3 | PERMALINK | EDIT |

    감동적인 소식이네요, 나중에 김전일 관련 글도 함 쓸까 했는데 그런 과거가 있었군요 ^^

  12. BlogIcon 김선생 2008/03/31 22:24 | PERMALINK | EDIT | REPLY |

    아..저도 이만화 본기억이 ㅎㅎ. 슬램덩크는 저도 2부는 제발 안나왔음 좋겠어요.

  13.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4 | PERMALINK | EDIT |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다 유아 2부를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응?)

  14. elwing 2008/04/02 08:56 | PERMALINK | EDIT | REPLY |

    그래도 슬램덩크 2부 나오면 볼래요..-_-;; 캡틴 츠바사는 아직못봤는데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그런데 이승환님의 글을 읽고 보니 역시..안읽는게 좋겠네요.
    중국 생활은 어떠신가요?

  15.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4 | PERMALINK | EDIT |

    중국 생활은... 오늘 곧 올라올 겁니다. 저는 어딜 가도 막막해요 -_-

  16. BlogIcon SuJae 2008/04/02 12:05 | PERMALINK | EDIT | REPLY |

    츠바사가 아직도 나오는군요. 어디서 다운 받는지 좀...;;;
    아, 여긴 인터넷 느려서 어디서 받는지 알아도 그림의 떡이로군요 ㅡㅜ

  17.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5 | PERMALINK | EDIT |

    필요하시면 일본어판으로라도 보내 드릴게요 (한국어판 없음) 허나 여기도 인터넷이 느려서 제때 업로드가 가능할지는 -_-...

  18. 낙타등장 2008/04/02 12:35 | PERMALINK | EDIT | REPLY |

    슬램덩크 완전 좋아~~
    그나저나,,,핸폰번호나 남겨도 ㅋㅋㅋ

  19.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6 | PERMALINK | EDIT |

    중국은 야오밍에 이어 이지엔리엔이라는 놈이 NBA 진출하며 농구 열풍이 더 심해졌더라. 여기 학교에 농구 골대가 20개가 넘는데 항상 꽉 차 있음... 전화번호는 150-6614-6493

  20. BlogIcon 아도니스 2008/04/02 12:52 | PERMALINK | EDIT | REPLY |

    슬램덩크 2부가 나오지 말기를 바라는 1人..
    그러나 나온다면 무조건 볼 1人..-_-
    뭔가 모순이군요.;;

  21. BlogIcon 이승환 2008/04/02 14:06 | PERMALINK | EDIT |

    팬, 혹은 빠돌이의 슬픈 숙명 아니겠습니까 ㅜ_ㅡ

  22. 2008/04/03 16:57 | PERMALINK | EDIT | REPLY |

    비밀댓글 입니다

  23. BlogIcon 이승환 2008/04/08 15:49 | PERMALINK | EDIT |

    아, 컴퓨터는 거의 못 하고... (없으니까)

    중국은 와도 굳이 이 동네는 올 필요 없을 듯, 별로 볼 것도 없고 -_-a

  24. BlogIcon 용호씨 2008/04/06 00:39 | PERMALINK | EDIT | REPLY |

    아직까지 연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_-b 작가가 근성도 좋지..

  25. BlogIcon 이승환 2008/04/08 15:49 | PERMALINK | EDIT |

    참고로 근육맨도 연재하고 있더군요 -_-

댓글을 남겨주세요~ 밝은 인터넷을 위한 네티켓,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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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팅의 여파로 트랙백이 초과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나도 (쉬레기) 파워 블로거다, 하면서 좋아하는 이 와중에 wendy님께서는 답글을 달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다시금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제부터 이 블로그는 독서와 영화 블로그입니다. AV만 보면 좋아요, 하는 블로거분들은 죄송하지만 피드 잘라주세요.

어쨌든 각설하고 디 워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아,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그리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 충격을 중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것은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쇼크이자 혁명이네요. 사실 영화들이 소재가 다르고 주제가 다르다 해도 플롯, 서사 어쩌고 하는 이야기 짜임새는 다들 비슷합니다. 그냥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런 중학교에서 지겹도록 배우는 것에 그럴 듯한 설득력 있는 장치를 넣는 거죠.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서도 등장인물 설정하면 대충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게 거의 티비 드라마랑 맞아 떨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디워는 이런 매너리즘을 아주 속 시원하게 날립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입을 벌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명색이 방송기자라는 주인공부터 사고수준이 거의 초딩급입니다. 요즘 언론고시 힘들다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문제는 주인공만 초딩사고면 정신병원을 가야 하기에 스토리 전개가 안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감독은 과감한 수를 씁니다. 바로 나머지 인간들의 사고도 모두 초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 버리면 이 멍청한 놈들이 이무기에게 바로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또 멋진 해결책, 이무기와 그 꼬봉들까지 IQ 두 자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정말 여기 이무기와 꼬봉들이 하는 짓을 보면 마징가의 아수라남작과 헬박사는 희대의 천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다보니 스토리의 전개는 거의 정신이 없습니다. 쟤 왜 저래, 하고 있는 순간 상대방도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해 줍니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생각을 하다보면 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이전의 일은 어느 새 잊혀집니다. 이게 참 신기한 것이 이런 현상이 누적되다 보면 이런 전개가 받아들여질만도 한데 끝까지 이해가 안 되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스토리가 허접한 영화라도 한두번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기 마련인데 한 번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 죽든말든, 이무기 쇼하든 말든 하는 기분이 이어지더군요. 마치 이방인의 뫼르소가 된 기분이랄까요? 분명히 말도 안 되고 설명이 안 되는데 영화는 잘잘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 이거 진짜 말로 설명하기 힘드네요.

CG가 좋다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고들 그러는데 저라고 뭐 스토리 기대하고 보러 갔겠습니까? 그냥 예매권 생겨서 간 거지.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이 어마어마한 전개가 CG를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할 정도입니다. 심형래가 엔딩에 아리랑과 함께 영상편지를 올리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늘 흥분된다. 하지만 도전에는 책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말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 너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 보면서 많은 반성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되어야 할, 혹은 이렇게 해야만 할 당위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다 인간 맘대로 정해놓고 그렇다고 착각하는 거지. 어쨌든 쇼킹한 스토리와 정신없는 전개에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고 정말 그렇더군요. 저는 원래 어이없고 깨는 거 좀 좋아하거든요. 제 생각에 디워빠건 디워까건 그냥 무조건 보세요. 일단 한 번 보고나면 술안주로 삼기에는 최고입니다.

끝으로 진중권에 대해  언급하면 이 양반 원래 말을 굉장히 도발적으로 하기는 합니다. 또 강준만과 논쟁 때도 그랬듯이 가끔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만 자신은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쓸데없는 논리를 갖다 붙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양반 정도면 별로 스노비즘에 빠지는 편은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언급한 것으로 좀 오해받고 있는데 이 양반만큼 약간의 학문으로 적절한 설명을 하는 이들은 드물어요. 또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꽤 냉정하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사실 논쟁에 몸을 드러내는 지식인들은 자기가 옹호하는 계층에 주화입마하는 일이 꽤 많아요. 유시민이 노빠가 된다거나 (물론 강준만이 진중권보다 이룬 게 훨씬 많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강준만이 민주당빠가 되는 건 그 대표적 예죠. 심지어는 변희재처럼 기회주의자가 되어서 짖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진중권은 예전부터 자기 포지션이 비교적 흔들림 없으며 자기가 옹호하는 세력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양반도 아닙니다. 뭐 디워 옹호하는 분들은 갑자기 변희재 좋아라 하지만 이 양반 걸어온 길 보면 아주 기가 찰 겁니다. 브레이크뉴스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끌끌...

정리

평론가 : 디워 스토리는 거의 평론할 가치도 없지 않습니까?
리승환 : 그대 말이 맞소.
네티즌 : 디워 재미있지 않습니까?
리승환 : 그대 말도 맞소.

한 마디로 싸울 이유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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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enzday 2007/08/17 00:58 | PERMALINK | EDIT | REPLY |

    그런 일로 슬퍼하시지 않는다는 것쯤은 눈치로 압네다 후훗. 근데 av면 adult vibrator 인가효? 잘 모르겠군요. (미안해요 늘;)

    그간 정말 관심이 없어서 눈에 보이고 보여도 한번 클릭질조차 안했던 디워 관련글을 처음 정독했네요. 좀 찾아봐야겠어요. 양상이 상당히 과격하던데 말입니다. 정말 한번 봐야 하나. 여러가지 이유로 차가운 눈물이 날 것 같아 관두렵니다 =_ =

  2.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7 | PERMALINK | EDIT |

    알면서 왜 그러세요, adult video입니다 -_-a 왠지 낚인 기분... 어쨌든 웬디님께는 감히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3. 2007/08/17 01:00 | PERMALINK | EDIT | REPLY |

    제발...공부좀 하고 글좀 쓰세요.
    보기가 민망해요.

    제발...

  4.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7 | PERMALINK | EDIT |

    진중권 책으로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죄송합니다...;

  5. wenzday 2007/08/17 01:13 | PERMALINK | EDIT | REPLY |

    내용 추가하려고 보니 정리 부분이 추가가 되었군요. 호호. 싸울 이유가 없어도 박터지게 치고 받는 것이 이곳 생리 아니겠나요. 메인에 그림, 탱크를 휘감은 이무기같군요. 두두두두. 워-

  6.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7 | PERMALINK | EDIT |

    건물... 입니다... ㅜ_ㅜ

  7. BlogIcon SuJae 2007/08/17 09:18 | PERMALINK | EDIT | REPLY |

    디워덕분에 한동안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포스팅 꺼리도 생겼구요.
    저야 머...2%정도 심빠지만 ㅎㅎㅎ

  8.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8 | PERMALINK | EDIT |

    저도 2% 정도 심까이니 98%의 공감대가 형성되는군요, 저도 같은 이유로 포스팅거리 생겨서 즐겁고요 ^^

  9. BlogIcon hanalls 2007/08/17 09:23 | PERMALINK | EDIT | REPLY |

    그러니깐 가장 바라는게 좀 이제 조용히하고 살았으면... 아프간 문제도 조용히 해결하고 디워도 싸울 필요도 없는거 왈가왈부그만하고 좀 조용히...

  10.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8 | PERMALINK | EDIT |

    한국인에게 좀 무리한 부탁이 아닐까 하네요 ^^

  11. BlogIcon 정호씨ㅡ_-)b 2007/08/17 11:32 | PERMALINK | EDIT | REPLY |

    AV블로그에서 벗어난다니...이런이런...ㅋㅋㅋ

  12.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8 | PERMALINK | EDIT |

    앞으로는 하드코어 블로그로 거듭나겠습니다.

  13. BlogIcon Lane 2007/08/17 12:26 | PERMALINK | EDIT | REPLY |

    ↑ 전 더 이상 여기 올 이유가 없어져 버렸군요. 어흙....

  14. BlogIcon 이승환 2007/08/17 23:29 | PERMALINK | EDIT |

    역시 Lane님다운 센스!

  15. BlogIcon Astarot 2007/08/18 22:57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도 100분 토론 잠시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진중권 씨의 말이 결코 헛소리일 거 같지 않다는 게 왠지 슬프네요. 뭣보다 심형래 감독 본인이 그토록 CG만 강조하기도 했고-_-;;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일단 볼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조금 변태같기도 하지만;; 디워빠들이 그렇게 추앙하는 디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보고 싶은(일종의 아니꼬움이랄까요?;;) 심리도 있고요;;

  16. BlogIcon 이승환 2007/08/18 23:46 | PERMALINK | EDIT |

    하하, 저도 그런 심리가 좀 작용 했습니다. 어쨌든 문화를 따라잡는다는 측면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

  17. BlogIcon 2007/08/19 17:19 | PERMALINK | EDIT | REPLY |

    심형래 감독 예전에(2004년) 인터뷰 했었는데, 그 열정에 정말 감동받았었어요..
    근데 왜! 영화 개봉 전에는 그렇게 여기저기 홍보하러 다니더니 개봉 후에는 수많은 궁금증에 답하지 않고 종적이 묘연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18. BlogIcon 이승환 2007/08/19 22:39 | PERMALINK | EDIT |

    그 때는 국제부가 아니었나 보네요, 심형래가 언론보다는 한 수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대자본부터 든든하게 받혀주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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