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절대 미디어 법칙이라는 되먹지도 않은 글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부합하는 컨텐츠를 내 놓는 이들이 살아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온전히 같은 내용을 담을 경우 어떤 컨텐츠가 살아 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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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통한 생존의 대표적 예

저는 여기서도 결국 수용자를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위 질문은 '사람들은 어떠한 특징을 가진 컨텐츠를 받아들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도치시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어제 강의석에 대한 글을 썼는데 사실무근이 상당히 섞여 있음에도 어떻게 아직까지도 이토록 이야기가 잘 퍼질까요? 광우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판을 키운 것은 광우병 자체보다 용자 이명박 옹의 대응에 있으나 그 토대를 마련한 것은 광우병 괴담이었죠. 비단 광우병 뿐 아니라 곳곳의 괴담은 힘이 셉니다. 대우조선 매각에서도 괴담이 나돌며 힘을 발휘했는데 왜 대체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예전에 jean님이 언급한 '서사성' 이 그 답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 그리스인들은 문자 문화가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 기억술을 발전시켰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장소법'입니다. 각 장소에서 하나씩 사건이 일어나며 스토리를 구상하는 방식이죠. 현대 기억의 천재로 불리는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역시  유사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단편적인 정보들은 쉽게 인식되지 않으나 이가 스토리를 이루는 순간 우리에게는 더욱 설득력 있게, 깊이 있게 각인되는 것이죠.

'서사성'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여기에 반드시 더해져야 하는 것이 '감각성'입니다. 우선 '소재의 감각성'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주구장창 스캔들을 때려 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죠. 굳이 스캔들이 아니더라도 언론은 되도록 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주목하는 소재를 채택합니다. 블로거들도 이런 이슈를 잘 다루는데 자신의 관심 외에도 이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어서겠죠.

그러나 같은 소재라 해도 얼마나 '맛깔나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의 차이는 큽니다. 즉 '소재의 감각성' 외에 '표현의 감각성'에서 차이가 존재하고 이 부분은 다양하게 발전해 나가고 차이를 부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스캔들 이야기라 표현의 감각성을 살리기 힘든 신문기사는 밍숭맹숭합니다. 오히려 그 아래 댓글들이 훨씬 흥미진진하죠. 왜 사람들이 신문사에 들어가지 않고 포털에 들어가 뉴스를 소비하는지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끔 할 성격으로 저는 '인격성'을 꼽고 싶습니다.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보다 주체가 전면에 드러나는 쪽이 신뢰가 갑니다. 물론 인격이 전면에 들어섬은 때로 팩트를 무시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어떠한 사실에 대해 태도를 확실히 드러나게 하는 편이 수용자로 하여금 특정 컨텐츠를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할 것입니다. 또한 '인격성'이 '표현의 감각성'을 살릴 수 있는 쉬운 길이며 양방향성도 쉽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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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정리해 보면 대충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형적인 오답은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신문기사죠. 스트레이트라는 이름 하에 '서사성'은 사상됩니다. 기사체의 미명하에 '감각성'은 죽어버리고 '팩트 중시' 혹은 '언론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 하에 '인격성'은 어딘가에 숨어 버립니다. 오랜 시간 힘을 누려 온 신문은 이제 수많은 미디어 형식 중 가장 매력 없는 것으로 퇴락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방송도 여전히 고정 관념을 깨지 못하고 있으나 영상은 글에 비해 '감각성'이라는 측면이 기본적으로 충족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글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발휘하게 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편한 쪽을 찾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무의식적으로 티비를 켜고 술자리에서는 티비를 보며 이야기를 합니다. 영상이 지닌 '역동성'이 사람들을 흡입하는 것이죠. TV의 덩치가 커지고 방송 프로그램에 돈을 더 들이게 되며 TV가 힘을 잃는 일은 보기 드물 것 같습니다.

물론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각 방송국 레벨에서는 이 역시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단 차이가 있다면 이미 방송은 제가 언급한 방향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속에서 과연 앞으로 각 매체들이 어떻게 자기 고정관념을 딛고 서사성, 감각성, 인격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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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SB 2008/09/25 16:37 | PERMALINK | EDIT | REPLY |

    지금까지 글 중 가장 인사이트가 번뜩이는 듯.. 정확하고 훌륭한 분석이오.

  2. BlogIcon 이승환 2008/09/26 15:05 | PERMALINK | EDIT |

    감사합니다. 상으로 취업길을 좀...

  3. 2008/09/25 17:02 | PERMALINK | EDIT | REPLY |

    비밀댓글 입니다

  4. BlogIcon 이승환 2008/09/26 15:05 | PERMALINK | EDIT |

    네, 알겠습니다. 역시 세상은 무섭군요 -_-;;;

  5. 민트 2008/09/26 20:17 | PERMALINK | EDIT | REPLY |

    스압으로 귀찮아서 안 읽었네요. 하하하. -_-;

  6. BlogIcon 이승환 2008/09/27 20:53 | PERMALINK | EDIT |

    내 글이 다 그렇지 모 -.-...

  7. BlogIcon 박겨민 2008/09/27 13:59 | PERMALINK | EDIT | REPLY |

    이렇게 끄집어서 써내는게 능력같아요. 비꼬는게 아니라요.
    꼭 재료가 특별해서라기 보다. 꺼내는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8. BlogIcon 이승환 2008/09/27 20:54 | PERMALINK | EDIT |

    제가 좀 사기를 잘 칩니다요. 곧 제대겠군요 -_-쿠쿠...

댓글을 남겨주세요~ 밝은 인터넷을 위한 네티켓, 아시죠?

승환 : 아, 취업은 해야 하는데 가진 건 없고...

후배 : 그러게요...

승환 : 광우병 소나 먹고 죽어 버릴까?

후배 : 형, 그거 잠복기간 있어요.

승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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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사약은 원샷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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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색 2008/07/28 23:55 | PERMALINK | EDIT | REPLY |

    비관하면 지는거다..

  2. BlogIcon 이승환 2008/07/29 10:48 | PERMALINK | EDIT |

    낙관한다고 이기는 걸까...

  3. BlogIcon 우리얍!!! 2008/07/29 01:41 | PERMALINK | EDIT | REPLY |

    광우병 10년, 에이즈는 20년이죠. 가장 좋은 건 9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에볼라바이러스'입니다 .잠복기가 7일에다가 마땅히 치료법도 없었던 걸로....(에이즈는 완치는 안되더라도 완화는 시킬 수 있는데 말이죠..) 쩝..근데 대한민국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있긴 있나요? ㅋㅋ 저도 조류독감 걸리고 20억이나 벌까 했는데 조류독감은 개뿔!! 체중만 불어나는 군요.-_-;

  4. BlogIcon 이승환 2008/07/29 10:48 | PERMALINK | EDIT |

    청와대에게 에볼라를...

  5. 민트 2008/07/29 10:15 | PERMALINK | EDIT | REPLY |

    취업따윈 개나 줘버려!!
    으하하하하하!!>.<

  6. BlogIcon 이승환 2008/07/29 10:48 | PERMALINK | EDIT |

    넌 핑계거리라도 있잖냐...

  7. BlogIcon 생강 2008/07/29 11:33 | PERMALINK | EDIT | REPLY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 BlogIcon 이승환 2008/07/29 13:00 | PERMALINK | EDIT |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9. BlogIcon 언더독 2008/07/29 17:46 | PERMALINK | EDIT | REPLY |

    튀업 안된다고 뒥지 마시라우요. 동무.

  10. BlogIcon 이승환 2008/07/29 21:38 | PERMALINK | EDIT |

    튈 곳이 없다는... orz...

  11. BlogIcon 김선생 2008/07/29 21:32 | PERMALINK | EDIT | REPLY |

    아 이제 취업번뇌의 길로 들어서시는 건가요?
    취업뒤에는 더 무서운것이 도사리고 있다는것이 안습이지요.ㅎㅎ

  12. BlogIcon 이승환 2008/07/29 21:38 | PERMALINK | EDIT |

    그래도 소라는 제 옆을 지켜 줄 거라는...;

  13. BlogIcon astraea 2008/07/30 00:12 | PERMALINK | EDIT | REPLY |

    잠복기간따위 중요하지 않는...ㅇㅁㅇ;;

  14. BlogIcon 이승환 2008/07/30 12:41 | PERMALINK | EDIT |

    그렇기는 하지만서도... -.-...

댓글을 남겨주세요~ 밝은 인터넷을 위한 네티켓, 아시죠?

얼마 전 비정규직 강사 생활로 삶을 이어나가시는 선배 홈페이지에 백분 토론에 왜 자꾸 이상한 양반을 영입하냐는 짧은 덧글을 달자 이러한 덧글이 돌아왔습니다.

또라이들이 나와야 보는사람 재밌지. 백분토론의 개콘화.. ㅎ.

마침 한국에 와서 우연찮게 처음으로 보게 된 프로그램이 무려 '주열사' 주성영이 나오는 백분토론이었습니다. 보면서 웃기기는 하던데 그 이상으로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사실 저는 몇 년 전 방송국 PD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도전하고픈 영역은 infortainment였지요. 영어에 정신나간 나라에서 살아 온 분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정보 + 오락의 합성어입니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매번 '방송의 공영화'를 추구하고 '지나친 상업화'를 견제한다는 이유로 요 몇 년 새 계속해서 등장,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펀지'로 대표되는 프로그램들이 그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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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 생각에 이러한 프로그램은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생활 공간에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별반 쓸모 없는 정보가 대부분이죠. '오락'을 위한 정보이지, '생활'을 위한 정보성은 약한 것입니다. 전혀 사회적 이슈로 나아가지 못함은 물론입니다. 때문에 사실상 한국은 뉴스는 항상 무겁게만 읽혀 왔죠. 가뜩이나 우울한 뉴스만 전하는 판에 말입니다.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시사적 부문을 다룬 infortainment가 공중파로 진출하고는 있습니다.'헤딩라인 뉴스' 가 적게나마 기존 시사 프로그램의 한 꼭지 정도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최근은 아예 '명랑 히어로'라는 오락성 시사 프로그램도 생겼더군요. 이 프로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적어도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사회적 이슈를 가까이 할 수 있고 가볍게 다룰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개그맨들에게 정치인, 기자 급의 식견과 안목을 요구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이들은 가교 역할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안에 대해 분노하기보다 비웃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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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분 토론'은 이들과 전혀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토론이 무조건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모든 프로그램의 목적은 분명하고 그것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명랑 히어로'는 어차피 '정보 전달'이 주 목적이라 하기 힘든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논쟁'을 통해 어느 쪽이 올바르냐를 가릴 자리 역시 아닙니다. 아무도 이러한 역할을 요구하지도 않고요. 때문에 설사 이 곳에서의 논쟁이 개판이 되어도 사람들은 즐거워하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분 토론이 이들 프로와 같아진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 곳에서는 적어도 이름 값은 쟁쟁한 사람들이 모이며 분명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자리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토론이 개판이 된다면 그것은 (양 쪽이 삽질한다면) 정치혐오감을 낳거나 (한 쪽이 삽질한다면) 편파적인 의견을 생산할 뿐입니다. 결국 백분 토론은 좋은 토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저는 현재 백분 토론에 대해 전혀 그러한 의무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 소개부터 기본적인 철학 부재를 드러냅니다. '명랑 히어로'와의 비교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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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확대해서 보세요;;;

백분 토론의 프로그램 소개를 보면 이게 당최 토론 프로그램인지 손석희 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을 띄우기 위해 특정 인물에 의존함은 흔한 현상이지만 지금의 손석희 의존은 지나칩니다. 덤으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대담하고 젊은 토론'은 대체 무엇입니까? 똘추들 영입하면 '대담한 토론'이고 방청객이 젊으면 '젊은 토론'입니까? 이에 반해 명랑 히어로는 유치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이 표명하고 있습니다.

철학과 가치 없이도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이 있듯 백분 토론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전 그렇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앞서 밝혔듯 백분 토론은 좋은 토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좋은 인물 섭외가 필수입니다. 아마 여기에 찬성하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백분 토론 PD의 말을 인용하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힘든 건?

=철칙을 지키는 일이다. 가장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선 사람을 섭외하는 게 철칙이다. 요즘엔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들은 더 힘들고….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편에서는 방송 당일 오후까지 정부 쪽 참석자들이 결정되지 않았다.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한다. (웃음) 국민들한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하고 편집 안 하니 왜곡도 없다고 설득도 한다. 우리가 “이번만 부탁드린다” 그러면 저쪽에서는 “우리도 이번만 사양한다” 그런다. 섭외 징크스가 있는데, 섭외가 쉽게 끝나면 반드시 탈이 난다. 방송 전날 패널이 안 나오겠다고 틀어버린다든지…. 지식인층은 방송을 저잣거리 말싸움으로 여겨 잘 안 나오려고 하는 것 같다. 토론하고 설득하는 건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논란을 제기한 당사자인데도 안 나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푸른 색 부분이 PD 분의 생각 같은데 이게 말마따나 쉬운 일 아닙니다. 우선 지식인들 입장에서 방송 출연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가 단지 자기 보신만큼은 아닙니다. 도무지 방송에서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우선 시간 제약이란 게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무슨 말 좀 하려고 하면 시간 없는 게 일상 다반사인데 실제 정책은 단 1~2분만에 브리핑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이런 복잡한 자료, 근거를 간단하게 브리핑해 버리면 역풍이 무섭습니다. '광우병은 영국과 미국의 자료에 따르면 위험성이 극도로 낮습니다'라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듣겠습니까? 더군다나 시간 제약은 근거 100개와 근거 10개가 사실상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됨도 염두해야 합니다. 때문에 논리를 놓고 싸우기 위해서는 각 패널에게 긴 시간을 주며 자기 의견을 확실하게 밝힐 기회를 주어야 하겠지만 백분 토론은 이와 너무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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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대로 된 이야기도 안 나오는지라 끊는 입장도 짜증나긴 하겠다만...

이러한 이유로 좋은 토론의 조건은 '더 논리적인 쪽'이 승리해야 하는데 이게 도통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차라리 '구술 능력'과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토론에 나서는 이들은 두 부류가 됩니다. 물론 적당히 섭외된 패널도 있으나 이들은 별로 부각되지 않죠.

1. 어느 정도 방송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 (ex. 진중권, 유시민, 변희재...)
2. 무식해서 용감한 또라이 (ex. 양민 다수...... 이명박?)

이 경우 백분 토론은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다소 시간을 들여서라도 좋은 토론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혹은 능숙한 누군가가 또라이를 밟는 형태로 갈 것인지. 그리고 백분 토론은 항상 후자를 선택해 왔습니다. 과거 손석희가 여자도 군대 보내야 한다는 여중생(여고생인가?)을 밟고 환영 받는 그것, 전거성이 꼴페미에게 모욕 받으며 자신을 합리화한 그것, 진중권이 주열사(...)를 조롱하며 칭송 받는 그것. 이런 형태의 토론이 좋은 형태인가요? 나오지 않으려는 멀쩡한 사람들 다 제끼고 또라이들 데리고 와서 바보 만들고 한 쪽으로 기울게 하는 그러한 토론이?

진중권 교수가 진거사로 무지 추앙받던데 글쎄요. 진중권이 논리성이 좋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과연 학자들과 광우병을 논할 레벨인가요? 그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취합한 수준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사실 브릭 소리마당과 같은 과학 관련 사이트에서도 광우병에 대해서는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전하다는 쪽이 많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상대방이 또라이이다보니 그저 밟고 사람들은 환호하죠. 좀 더 신중하게 진실에 접근해야 할 토론 자리가 정말 개콘이 되어 버립니다.

편 나누기도 문제입니다. 삼성 관련 백분 토론에서 한 패널은 자신은 삼성이 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의 실증이 빈약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러 왔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죠. 더군다나 때로는 문제 그 자체가 불투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로 동네 난장판 되기 딱 좋은 경우죠.

이게 단지 토론 한 번의 레벨에서 끝나겠습니까? 사람들은 단순화시켜 생각합니다. 아마 최근 광우병 덕택에 '한국 우파는 또라이'라는 생각이 확산되었을 듯 한데 역시나 '글쎄요'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의 책은 우파들의 연구 결과물입니다. 그 책에 달린 주석도 마찬가지고요. 단지 진중권 교수처럼 미디어 앞에 서서 방송 상황에 알맞게 논리를 전개할 자신이 없게 때문이죠.

사실 마찬가지 논리를 들이대면 '미학자'인 진중권이 계속 나오는 것도 좌파의 한계입니다. 어느 쪽 편을 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큼 실제 상황에 깊이 파고 들어 있는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미디어에 어필할 수 있는 사람 위주로 흘러갑니다. 신해철 씨가 그렇게 나오기 싫다는데도 왜 계속 데리고 나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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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신해철도 서태지 못지 않은 곱상한 외모... 를 자랑했습니다

토론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연히 토론 해야죠. 하지만 좀 좋은 토론을 보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 정치인 혐오는 물론이고 지식인 혐오가 짙게 끼어 있지만 설마 제대로 된 소수가 없겠습니까? 그 제대로 된 소수를 가지고 어느 쪽이 더 나은 길인지, 혹은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어떤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보여 주어야 할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신해철 씨, 진중권 교수 안 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해철 씨는 몇 안 되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연예인이고 진중권 교수는 각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날카로운 식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방송 미디어 체제에서 다양한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얽매어서만은 안 됩니다. 만약 이대로 백분 토론이 계속해서 나간다면 정말 위치가 어정쩡해 집니다. 명랑 히어로 등의 프로그램이 계속 등장한다면 이미 이슈 제기로의 역할은 없을테고 그나마 백분 토론을 보는 사람 상당수는 (광우병처럼 특정 이슈가 아닌 한) 이미 시사에 꽤 관심이 있습니다. 신문 좀 보고 구글 검색 몇 번 때리면 각 주장의 주요 논리들 넘쳐 납니다.

그렇다면 백분 토론은 시청자로 하여금 더 좋은 판단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라도 얻게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제 답은 또 다시 '글쎄요' 백분 토론을 보면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현상보다 그 역작용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덤으로 광우병 이후로 계속 볼 것 같냐면 그럴 것 같지도 않고. 싸움 구경시키고 그것을 통해 입소문 내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속성이자 하나의 본질이지만 그럴 거라면 다른 쇼프로와 다를 점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람은?

=논리 대 논리가 맞붙는 게임을 보듯 즐겁게 봐달라. 시청자도 자기 편보다 다른 편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토론자에 대한 인신공격 댓글은 자제해줬으면…. 그런 반응 때문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대중스타들도 사회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 제2의 신해철씨가 나와야 한다. 김구라, 김재동, 호란, 성시경씨도 토론 잘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소통이 중요하다는데 토론 프로그램을 평일 밤 12시10분에 내보내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게임은 티비는 물론 컴퓨터에도 넘쳐 납니다. 단 좋은 토론의 기반 하의 게임을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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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rector Cut 2008/07/02 22:05 | PERMALINK | EDIT | REPLY |

    수령님은 뭥미. 어쩐지..

  2.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09 | PERMALINK | EDIT |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의 대놓고 좌빨 블로거 인사드립니다.

  3. BlogIcon -_- 2008/07/02 22:42 | PERMALINK | EDIT | REPLY |

    "손석희 쇼"라. 촌철살인이네요.

  4.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09 | PERMALINK | EDIT |

    대안이 없기는 하다만... 사실 키울 노력도 않는지라...

  5. BlogIcon 토이솔저 2008/07/02 23:30 | PERMALINK | EDIT | REPLY |

    손석희 교수님에게 백분토론의 어려움을 들어본 적이 있는 저로선 본문에 그다지 동의하기 힘들군요. 섭외 문제를 잘 들어주셨지만, 제일 어려운 게 섭외라고 하시더군요. '똑똑하다 = 말을 잘 한다'는 아니기 때문이죠. 방송을 꺼려하는 분들도 많고. 그러면 어떤 식으로 백분토론이 이끌어져 갔으면 좋겠단 말씀이신지 궁금해요.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방송인 만큼' 시청률도 어느 정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말이죠. 그래서 예전에 끝장 토론 같은 것도 몇 번 하지 않았었나요?

  6.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10 | PERMALINK | EDIT |

    현재 섭외 문제는 분명 심각하죠. 근본적으로 완전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모험이겠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긴 글 남겨 주셨는데 대충 쓰기는 뭐하고 아예 글을 하나 더 쓰겠습니다.

  7. 지나가다 2008/07/03 05:18 | PERMALINK | EDIT | REPLY |

    글이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파들을 까려고, 우파들 중 일부러 또라이를 골라서 섭외한다는 의도 확대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열사들이 양산되고, 똑똑한(책도 쓴?) 그들이 조롱대상이 되긴 했지만 말마따나 그건 음모론이죠.
    백분토론이 재미있는 것 그 자체가 블랙코미디랄까요. -_-

  8.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11 | PERMALINK | EDIT |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듯 합니다. 제가 이야기한 부분은 우파들 중 머리 굴러가는 양반은 잘 해 봐야 본전이니 나가지 않으려 하고 의지만 앞서는 또라이가 나간다는 점이죠. 그리고 이 점은 좌파라고 하등 좋을 것 없습니다. 백분토론이 재미 있다는 점이 블랙코미디임은 처절하게 동의합니다.

  9. BlogIcon SuJae 2008/07/03 05:29 | PERMALINK | EDIT | REPLY |

    말빨로 산자 말빨로 망한다...
    백분토론 몇번 보고는 다시는 안봅니다.
    말빨 싸움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거든요.

    요즘은 논쟁이 말빨 싸움인양 착각하하는 아해들도 자주 보입니다.
    100분 토론에 자주 출현하시는 어떤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살짝 비꼬고 내지르고 썩소 날리기...콤보 :)

  10.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12 | PERMALINK | EDIT |

    그러니 좀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럴만한 틀이 너무 없어요 ㅜ_ㅜ

  11. ~_~ 2008/07/03 07:50 | PERMALINK | EDIT | REPLY |

    편파건 어떻건 대다수의 국민들은 방송에서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거나 혹은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진실을 뒤집을 만큼 사태를 뒤집지 않게 된다고 봅니다만 그 이슈에 관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말이죠..... 국개론을 밑으신다면 모르겠지만 우려할 사안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자리에 책임이 있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제역할을 못한다고 봐야하는거 아닙니까... 백분토론장에서 못할거라면 신문에라도 송고해야지요

  12.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14 | PERMALINK | EDIT |

    어차피 토론의 역할은 상대를 설득시키기보다 제3자를 설득하는 데 있습니다. 단 토론자가 훌륭하다면 최소한 상대방 역시 나름의 논리가 있음을 깨닫고 이에 맞춰 자기 논리까지도 발전시킬 수 있겠죠. 전 작금의 국개론 논리도 단순히 정치 혐오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마음에 안 듭니다. 개중에서도 똑똑한 놈들은 좀 띄워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13. BlogIcon 엘윙 2008/07/03 09:01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도 백분토론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카메라만 없으면 치고 받고 싸울거 같더군요. 상대방 의견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게 아니고, 스피커처럼 했던 소리만 또 하더군요. 백분토론보다가 열받아서 새벽에 잠든 적이 있어 요즘은 안봅니다.
    이승환님이 PD가 되셔서 조은 토론 프로그램 좀 만들어주세요.

  14.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15 | PERMALINK | EDIT |

    전 PD가 될 생각도 없고 결정적으로 영어가... (크억)

  15. 김선생 2008/07/03 10:57 | PERMALINK | EDIT | REPLY |

    여기서 주성영씨 나오는 백분토론이 하도 웃기다길레 봤습니다. 많이 웃기더군요.
    솔직히 토론이란것 자체가 공중파에서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손석희쑈 ㅋㅋㅋ 역시 한센스 하세요.^^

  16. BlogIcon 이승환 2008/07/03 11:16 | PERMALINK | EDIT |

    저도 웃기기는 했는데 뭐랄까, 새로운 유머의 세계 =_=?
    공중파 토론은 확실히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양키들이야 밑에 보좌진이 미치도록 깔리고 미디어에도 익숙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고 한국같은 곳에서는 좀 지못미인 것 같습니다. -_-;

  17. BlogIcon 2008/07/03 12:43 | PERMALINK | EDIT | REPLY |

    적극 공감합니다.
    요즘 토론프로그램은 특정인 '어록' 만들기라는 사후 효과를 노린 개그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8. BlogIcon 이승환 2008/07/04 00:09 | PERMALINK | EDIT |

    확실히 너무 여유 없이 만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 어록을 노렸다면 대성공?

  19. BlogIcon 강희누나 2008/07/03 15:57 | PERMALINK | EDIT | REPLY |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갑니다.
    요즘 백분토론은 좀 아쉬워요. 소위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좀 많이 나와서 다양한 의견을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즈음은 뭔가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다 뒤로 숨어버리고, 잘 모르는 누군가가 나와서 한참을 떠들고 영웅이 되거나 아니면 꼴통이 되어버리거나 하는 것 같아서요. 진중권 교수님도 자기 분야 아닌 토론에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죠(이런 말 위험한가요?). 섭외가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매주매주 이렇게 쇼를 하듯 토론을 진행하는 것을 계속하기 보다는 한 템포 늦춰서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갈지 좀 재정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20. BlogIcon 이승환 2008/07/04 00:10 | PERMALINK | EDIT |

    별로 위험하겠습니까? 진교수님은 미디어에 꽤나 영민해서 그런 것 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을 듯 합니다. 본인도 현실효과를 위해서 그러는 거지, 길게 이러한 현상이 이어져서 좋을 게 없을 것도 알 것이고. '한 템포 늦춰서'라는 말이 정답인 듯 합니다. 그럴 여유를 좀 가졌으면 할텐데 말입니다...

  21. BlogIcon 쉐아르 2008/07/04 00:59 | PERMALINK | EDIT | REPLY |

    100%동감합니다. 제가 본거는 디워논쟁등 몇편 안되지만, 패널들 자신도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안듣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정당성만 반복해서 주장하고 말더군요.

    '내가 틀렸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토론을 시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100분 토론에서 그런 용기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요. 공중파에서 토론은 처음부터 무의미할 수도 있겠습니다.

  22. BlogIcon 이승환 2008/07/05 00:25 | PERMALINK | EDIT |

    확실히 토론의 자세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수준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이거 고딩들 토론만도 못한 자세로 임하는 분들이 너무 많더군요. 이래저래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23. 상하이곰 2008/07/11 14:38 | PERMALINK | EDIT | REPLY |

    백분토론이 아니고 삼백분 토론으로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

  24. BlogIcon 이승환 2008/07/11 18:32 | PERMALINK | EDIT |

    국민들의 혼란만 조장하지 않을까요...;

댓글을 남겨주세요~ 밝은 인터넷을 위한 네티켓, 아시죠?

지난 주 선배 커뮤니티에 쓴 글이다.

저는 지금 촛불시위가 흥미롭게 보이기는 해도 이후 긍정적 영향을 낳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광우병 사태'는 어디까지나 안전문제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제이니까 지금 이렇듯 폭발적 반응이 가능하지만 실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대개 소수를 조지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렇게 바쁜 세상에서 갑작스레 연대가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봅니다.

촛불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낙관적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지금 내 눈 앞에 떠오르는 풍경은 2002 월드컵의 그것이다. 물론 그 지점이야말로 사람들이 바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그것이다. 2002 내셔널리즘의 반영으로 비판받았던 수준의 거리 응원을 벗어나 정치적 이슈를 두고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 거리로 뛰쳐 나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2002년 거리 응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이들의 '꿈'이 아니었는가?

그런데 이 '거리 응원'이 '촛불 시위'로 바뀐 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솔직한 이야기로 난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난 '거리 응원'에도 부정적이지 않았지만 '촛불 시위'에 낙관적이지도 않다,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솔직히 별 재미 없는) 비유를 하나 해 보자. 원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이번 촛불 시위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데 월드컵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원래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월드컵에 무진장 기대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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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02 월드컵 이전 한국 프로축구는 좀 안습이었다.

이해가는 일이다. 사실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프로축구도 전두환 선생님의 공로 하에 사람들 관심 돌리려 시작한 것이지만 프로야구가 튼튼한 지역 기반과 고교 야구의 인기를 물려 받으며 이쁘장하게 정착한 데 반해 프로축구는 완전 찬밥이었다. 그 때만 해도 한국 축구 레벨은 현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고 기본적으로 관심도 별로 없었다. 가장 중요한 지역부터 야구처럼 광역도 아니고 어정쩡한지라 몇몇 팀은 써커스 순회 공연을 했어야 할 정도이니.

월드컵 거리 응원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센세이션이었고 열광적인 환호 속에 선수들은 K-리그로 돌아왔다. 그리고 축구 팬들이 기대하던 일이 일어났다. 경기장이 관중들로 꽉꽉 메워진 것. 이건 리그 막판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없었던 일이 아닌가? 여기에 기존 팬들은 감격했지만 그것은 '반짝'이었다. 물론 2007년, 2008년 계속해서 2002년 이상의 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으나 프로축구 표의 상당수가 '무료'임을 감안할 때 '월드컵 거리 응원' 열기가 '축구 열기'로 이어진데는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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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 외국 애들은 배 부르고 있다만 이도 '축구'보다는 '민족주의'가 앞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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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민에게도 돌아오는 것은 있었다. 플스방이 소비 폐인 창출을...

이는 '월드컵 거리 응원'이 '축구'보다는 '민족주의'에 기인한 것임을 보여준다. 월드컵 거리 응원은 차라리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조졌던 '야구 월드컵(WBC)'에 더 가까웠다. 물론 월드컵만큼 세계적 축제가 아닌지라 그리 큰 호응을 얻지는 못 했지만 말이다. 나는 현재 '촛불 시위'도 '월드컵 거리 응원'과 유사하다고 본다. 분명 시발점은 '광우병' 이었고 확산 계기는 '폭력 진압'이다. 그리고 처음 부분에서 밝혔듯 이는 어디까지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슈'이다. '안전 문제'인 광우병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여기에 동감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잠재적 폭력'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타 정치 이슈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사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그러한 면이 있기느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그간 상당부분 '배제의 정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제되는 자들은 언제나 약자였다. 정규직이기보다 비정규직이었으며 남성이기보다 여성이었으며 수도권이기보다 지방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집단 이기주의'라 부르는 사람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가 이번 촛불 시위를 통해 이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앞서 밝혔듯 이번 촛불 시위는 '월드컵'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했는데 '민족주의'도 '전체주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민족주의가 가진 강한 배타성은 이미 이 글에서 이야기한 걸로 충분하다고 보고.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촛불 시위 역시 배제의 정치를 벗어나게 하지 못함은 물론 그 자신조차도 배제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2071님이 며칠 전 이 부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어 옮겨 본다. 글은 좋은데 읽기 무지하게 불편하니 그냥 밑에만 읽기를 권한다.

지금 집회는 너무 많은 것을 배척한다. 운동권을 싫어하고 농민 노동자를 싫어하며 지식인을 기피한다. 진중권 같은 류의 사람들은 인기를 끄는 경우이고, 지금 집회에서도 사실 운동권이 굉장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며, 결국 회사원들은 노동자 뭐 이런 구도로 보면 모두가 연대하고 있는 셈이지만, 어떤 정형화된 모습의 운동권, 농민, 노동자, 지식인에 대해서는 좋은 소리가 나오기 어렵지 않은가 싶다.

근자의 노동자가 참여한 집회나 지식인이 끼는 연대가 성공한 사례가 없기도 하고 운동권이 담보하는 무수한 안좋은 이미지가 있으며, 노동자 농민의 그 거칠고 무식한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거리감을 주고 지식인들의 뭔가 알 수 없거나 따라잡기 어려운 논리들이 컴플렉스를 준다, 는 식의 일반론적인 분석은 지금 하기엔 큰 의미가 없을 듯 싶고, 그보다는 지금 이 집회가 다른 한정된 이슈에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 의문을 집중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생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고. 쇠고기 문제에 심지어 전농이 적극적으로 끼질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리는 소식 중 긍정적인 소식이 상당히 많기는 하다. 그 중 반 조중동이야 그렇다치고 무려 경향 구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문은 특히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물론 나의 RSS는 조중동이 절반이다만 가장 아끼던 신문인지라 그런지 더 반갑게 들렸다. 허나 이 역시 명박 오빠가 그렇듯 '민의에 거역함'에서 비롯되었다 보아야 한다. 만약 조중동이 광우병 이슈에 있어 국민 편을 들었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뻘짓하며 이후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많이 까먹었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낙관할 것은 아니다. 지금의 거리 시위에 대해 김민웅 교수는 무려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현장의 소통방식은 과연 어떤가? 다양한 목소리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출하고 그 가운데 대중들의 판단에 가장 적합하다고 하는 것들이 합의로 채택된다. 그 답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 정리될 것은 정리되고 새로운 요구와 새로운 대응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진다. 와 하고 여기 몰려가고 저기 쏠려가는 군중심리로 인한 움직임은 없다. 그건 각 개인의 주체성이 빈곤할 때나 가능한 사회적 상황이다. <2008세대>의 중심은 다채롭고 주체적이며, 서로 연대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민주적이다.

난 솔직히 말해 이런 시위가 가능한지나 모르겠다. 이건 사실이라기보다는 완전 희망 사항이다. 에릭 홉스봄이 '진정한 두 개의 혁명'이라 일컫는 68혁명조차 이렇지는 않았을 게다.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의견을 언급할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물론 사람들은 제각각의 주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복잡하게 볼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은 '광우병'과 '폭력시위'에 열 받아서, 막말로 이명박이 싫어서 나온 거라고 본다. 이명박이 '축구'가 된 것이다. 시위가 의미 있는만큼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가 축제를 뛰어넘을 수 있냐면 거기에 회의적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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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명박과 축구는 깊은 역사가 있다

'월드컵 거리 응원'이 하나의 축제였듯 이번 시위를 하나의 축제로 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 하지만 축제라면 말 그대로 '놀러 나왔다'는 것이다. 이게 좋게 평가하면 정치와 삶의 접목이고 나도 언제나 정치에 대해 가볍게 다루는 놈인만큼 정치를 가볍게 보며 삶과 접목시킬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놀러 나와서' 정말로 '놀다가만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놀 수 있는 것은 시민은 '전체'고 '이명박'이라는 분명한 적이 있기 때문인데 이게 깨지는 순간 '축제'도 '정치'도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즉 남의 이슈에 대해서는 마치 K-리그에 대해서 그러했듯 무관심이 되지 않을까? 그나마 무관심이면 다행이고.

물론 이명박 정부가 여러 뻘짓으로 참여 문화를 돋우고는 있지만 난 얘네들도 그리 바보는 아니라고 본다. 조중동이 점점 자세를 바꾸고 있듯 이들도 기존 정치권이 그러했듯 싸바싸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2071님의 지적대로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기조차 힘든 시점에 이른 지금 정부가 싸바싸바를 잘만 시도하고 시간을 끈다면 하나의 축제는 끝나고 다시금 '정치'가 아닌 그 어떤 '컨텐츠'를 기다리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명박은 '쇠고기'나 '폭력 시위' 외에도 '감세'라거나 '민영화' '환율' 등 까일만한 전국민적 이슈가 너무 많은데 이들만이라도 전면에 좀 등장했으면 한다. 이건 비록 '배제의 정치'를 떨칠 것은 아니지만 좌우를 가릴 이슈도 아니고 관심도라도 훨씬 높일 것 같은데 말이다.

ps. 이명박이 선거 지고도 되려 대응 강화에 나섰다고 한다. 왠지 이 글 괜히 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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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용호 2008/06/06 03:37 | PERMALINK | EDIT | REPLY |

    무엇보다 연대가 싹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큰 착각이죠.
    뭐 나중에 비슷한 세대끼리 술먹을 때 나눌 수 있는 안주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하면 맞는 말이지만.

  2. BlogIcon 이승환 2008/06/07 20:47 | PERMALINK | EDIT |

    용호님과 저는 외국인고로 안주거리를 얻지 못했다는 슬픔이...

  3. BlogIcon 녹차소년 2008/06/06 03:55 | PERMALINK | EDIT | REPLY |

    국민들의 실행력 자체는 대단해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기도 해요.
    정말 다음 '컨텐츠'는 뭘까, 이런 생각도 들고.
    시민사회에 대해 공부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얘기가 많다고 하네요;;
    전 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 우선은 입다물고 있지만 ㅠ_ㅠ;;

  4. BlogIcon 이승환 2008/06/07 20:52 | PERMALINK | EDIT |

    저는 그냥 왕따 블로그라 막 떠듭니다만...;

    어차피 학계는 대개 일 터지면 사후 정리하는 개념이니 덮어 두더라도 현장 취재하는 분들조차 뭔가 답을 내릴 수 없을만큼 복잡한 양상인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너무 많고 산발적인 것도 답을 찾기 힘들게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변수인 이명박 대통령부터가 완전 럭비공이니...;

  5. 낙타등장 2008/06/06 14:53 | PERMALINK | EDIT | REPLY |

    요즘 촛불집회 반대하면 바로 생매장 당하죠,
    말한마디 잘 못했다가 된통 당한 정선희처럼...(사실 촛불집회에 반대도 안 했지만)
    모두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진정 민주주의 아닌가,
    촛불집회에 절대 반대할 수 없도록, 말 한마디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너무하잖아,,,

  6. BlogIcon 이승환 2008/06/07 20:54 | PERMALINK | EDIT |

    정선희는 가히 안습인 듯. 나는 남들 다 하는 말 블로그에서 떠들 이유는 없으니 이런 글이나 쓰는 거고 촛불집회 나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인데 한국 가면 술집에서 병 날아올 것 같다 -_-

  7. 2008/06/07 00:45 | PERMALINK | EDIT | REPLY |

    비밀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