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대한 검색 결과

2개의 포스트가 있습니다.

  1. 2008/01/14  게임은 언제나 저급 문화 (4)
  2. 2007/09/21  겸손한 책읽기 (17)

(올리고 보니 글이 끊겨있어 대충 땜빵해 재발행합니다. 하여간 이 놈의 쓰레기 컴...)

인터넷 돌다보면 심심찮게 보이는 게 영화든 책이든 꼭 봐야 한다는 100개, 1000개 리스트다. 개인적으로 뭔가에 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리스트는 완전히 무시하는 편. 나 보고 싶은 책 보고 영화 야동 볼 시간도 없는 세상에 왠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겠는가? 물론 참고 정도는 하지만 블로거 리뷰만큼의 신경도 쓰지 않는 참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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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보다야 낫지만...

그런데 재미있는 게 게임도 가끔 이런 발표를 하는데 이 게임 다 해 봐야겠다는 인간은 아무도 못 본 것. 사실 역사로 따지면 게임이 좀 일천하기는 하다만 현재 위치에서 딱히 이들 매체보다 못난 게 있을까 하는 점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게임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엄청난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까지 성장속도는 물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도 훨씬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물론 음악이나 영상도 부분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퍼포먼스를 만들어가고 있으나 그게 기본에 깔려 있는 게임과 비교할 때 그 정도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역사가 일천한 것은 사실인데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속에 엄청난 속도로 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고 그 나름의 고전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개 ‘고전’이란 게 무지무지 훌륭한 책이나 음악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요즘처럼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보다 선택된 인간들만 저술이 가능한 시대가 완성도 높은 책이 많았겠는가? 고전은 완성도라는 기준을 떠나 이후 큰 영향을 준 놈들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가끔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테고. 그런 면에서 게임도 상당히 많은 고전을 갖추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집적된 양에서 타 매체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큰 페널티다. 하지만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 사실 게임은 하나 나오기가 무진장 어려운 매체라는 점이다. 책이나 음악 혼자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넘쳐도 게임 혼자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한계는 게임을 음악보다는 영화에 대비되게끔 하는데 양 쪽 모두 하나 만들려면 꽤 많은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택에 산업 구조도 비슷하게 되어가는데 무진장 돈 쓴 영화와 게임 위주로 흐르고 나머지 놈들은 머리 쥐어짜내거나 적당히 베끼며 찍어내듯 만들어내며 삶을 연명한다는 것, 물론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은 아이디어와 구조로 돈 버는 분들도 있는데 대표적 아이디어는 모텔 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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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고수익 보장 사업

뭐, 산업 구조가 비슷하다고는 해도 백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영화와 게임이 맞짱 뜰 위치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인정함. 그래도 게임은 너무 고급 문화, 혹은 예술로 지위를 부여 받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대개 예술을 언급할 적 '창조성'과 '완성도'가 그 주 요소이며 주로 그 초점은 전자에 맞춰져 있다. 게임이 비록 역사도 짧고 많은 양이 집적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은 창조적 도전이 있었음은 사실이고 지금까지도 타 매체에 비하면 그러하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양과 역사의 차이에서 나오는 한계야 존재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재미와 예술 사이,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 어떠한 벽이 존재한다고, 혹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관념이 아닐까? 이러한 벽이 있는 한 일단 재미와 상업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게임이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절대 무리일 듯하다.

사실 지금 게임의 지위만 해도 엄청나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저 옆 섬나라야 원래 좀 알 수 없는 나라인지라 게임이 얌전히 정착했지만 – 더군다나 이게 세계를 쓸었기에 나름 민족주의가 힘도 되었다 – 코쟁이 아메리카만 해도 애새끼들이 오락실에서 돈 써댄다고 아타리, 미드웨이 등이 초기에 여러모로 애를 먹었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한국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음. 오락실에서 친구와 같이 오락하다 보면 친구가 사라질 때가 있었다. 본인만 해도 패드선이 가위에 달랑 날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기분은 그야말로 분서갱유 당한 학자들의 기분. 졸 서러웠음. 그런 생각하면 동네 꼬마들이 닌텐도 DS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참 놀랍기도 하지만 이제 이러한 단계도 넘어 슬슬 게임도 예술로 대접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야 않겠지만 이러한 측면이 주목받을 때 더 낫고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창의력을 제고시키고 지평을 넓혀주는 게 아닐지.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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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1 2008/01/15 01:02 | PERMALINK | EDIT | REPLY |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였듯이, 게임이 예술이 되는 과정은, 일단 '돈'이 되고 나서, 평론가들이 그것에 정당성을 덧칠해주는 과정을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ublic friendly가 하나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2. BlogIcon 이승환 2008/01/15 22:19 | PERMALINK | EDIT |

    두 가지 다 중요한 요소 같습니다. 예술이라 주장함은 그것이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미학적 평가가 이성이라는 탈을 쓰고 있다지만 결국 그것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봅니다. 전자는 사실 상당히 충족되었지만 급속도로 성장한지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3. GoGoGo 2008/05/22 23:32 | PERMALINK | EDIT | REPLY |

    어렸을때 게임을 하면서 받은 낮은인식은 지금 생각해도 불쾌합니다
    게임의 예술로 대접은 당장 힘들지만 과거보다 받는 대접이 많이 발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4. BlogIcon 이승환 2008/05/23 18:13 | PERMALINK | EDIT |

    정말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죠. 결국 돈이 되어서 -_-?

댓글을 남겨주세요~ 밝은 인터넷을 위한 네티켓, 아시죠?

제가 다니는 학교에 김용민이라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루소 연구의 권위자이신데 확실히 글을 보면 절정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한 길을 걸어 온 학자 특유의 뚝심과 내공이 느껴지는 분입니다. 어쩌다가 이 분 수업 후 질문을 했습니다. 내용인 즉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정치'와 '도덕'을 분리함으로 근대로의 길을 연 것이지, 중간중간의 '제왕학적 전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대답은 '그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이 부분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답변입니다. 물론 마키아벨리가 도덕, 정치 분리 뿐 아니라 힘을 사용할 때도 그것이 군주와 국가에게 이득이 되는 한 수단적 이성에 한해 행하라는 면에서 마키아벨리의 사례 열거는 의미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도 큰 틀에서 본 것이고 하나하나 따질 가치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러한 전술 열거가 서양에서는 꽤나 혁신적이었을지 몰라도 일찍부터 제왕학이 발달하고 온갖 전략과 전술이 응용된 동양에서는 오히려 가볍게 여겨지거든요.

그럼에도 교수님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책을 접할 때 좀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책은 저자가 무려 15년에 걸쳐 썼기에 문장 하나하나에 그의 지혜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미국 대학원에서는 이러한 텍스트 하나를 가지고 한 학기를 씨름한다고 하셨습니다 . 저같은 무지랭이 학부생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논하는 책들이지만 이는 바다에 발 담구고 바다를 안다고 설침에 불과한 거죠. 더군다나 당시는 함부로 책을 쓸 수도 없었던 시기였기에 문장에 깊은 뜻을 숨길 가능성도 높은데 말입니다. 진정한 앎은 단순히 읽고 정보만 알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처럼 긴 저자와의 싸움을 통해서야 얻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단 고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넓게는 책을 넘어서 영화나 음악, 미술 등 기타 매체도 그것을 창조한 이의 노력과 지혜가 담겨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단순히 남들이 창조한 무언가를 접하는 입장에서 한두마디로 단평하거나 깎아 내리기에는 창조자가 들인 공은 가볍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미처 읽어내지 못한 지혜가 숨어있을 것입니다. 물론 뭔가를 빠르게 접하고 평가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는 나을 지 몰라도 대상에 대해 좀 더 겸손하게 접하는 쪽이 그 안에 담긴 지혜를 온전히 읽어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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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enzday 2007/09/21 11:57 | PERMALINK | EDIT | REPLY |

    마지막 문단에 특히 동감합니다. 너무 쉽게들 가요 요즘. 꾸준함과 진지함이 점점 결여되어가는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승환님은 이런 저런 엘오포스팅으로 이쁘게도 점수를 깎아드시다가도 요런 포스팅으로 은근 땜빵 다 하시고. 내공의 끝은 어디입니까. (혹은 폭?)

  2. BlogIcon 이승환 2007/09/22 16:54 | PERMALINK | EDIT |

    사실 제가 꾸준함이 많이 떨어집니다. 진지함은 더 떨어지고요 -_- 웬디님 답글을 보니 무한 죄책감이 드는군요, 흑...

    ps. 엘호포스팅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3. BlogIcon 2007/09/21 12:17 | PERMALINK | EDIT | REPLY |

    여기 이승환님 블로그 맞나요? ;)

  4. BlogIcon 이승환 2007/09/22 16:55 | PERMALINK | EDIT |

    다시 누드모델로 바꿀 생각인데 이웃 분들이 제 답글에 자꾸 이상한 검색어 잡힌다고 해서 미루는 중입니다 -_-a

  5. BlogIcon 그 후배 2007/09/21 22:50 | PERMALINK | EDIT | REPLY |

    오늘은 우리의 위대한 령도자 리승환 선생의 탄신일입네다!
    늦었지만 동무들 날레 축하들 하시라우요!

  6. BlogIcon 이승환 2007/09/22 16:56 | PERMALINK | EDIT |

    여기는 친북좌파는 즉결 인민재판에 처하는 곳입니다. -_-

  7. BlogIcon astraea 2007/09/21 23:53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는 솔직히.. 철학책을 접할때마다
    언급하신 교수님의 말씀을 넘어서,,
    대체 그동안 학자들의 이해가 맞는것일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죠
    이어져서 공부해도 해도,, 참 모르겠고
    읽어보지 않고 논하지도 마~ 란 이야기를 들을땐.. 읽기만 하면 되나 싶고
    (이게 먼소리 댓글이래~_~)

  8. BlogIcon 이승환 2007/09/22 16:59 | PERMALINK | EDIT |

    사실 글에 완전한 논리적 정합성을 요구한 역사도, 맘대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역사도 비교적 짧기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포지션에 맞춰 맘대로 해석하고 맘대로 해석한 것을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오히려 그런 것이 더 풍성한 해석을 낳고 가능성을 낳는 게 아닐까 합니다.

    ps. 교수님들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가 헛갈리는데 혼자 읽으면 아예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ㅠ_ㅠ

  9. wenzday 2007/09/22 12:44 | PERMALINK | EDIT | REPLY |

    어 정말인가효. 축화축화해요 승환님 ^_^ 이야. 함께 늙어가는군요 (턱!)

  10. BlogIcon 이승환 2007/09/22 17:00 | PERMALINK | EDIT |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성의 상대적 노화가 좀 덜 두드러보이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전 원래 노안의 소유자인지라 그다지... -_-a

  11. BlogIcon 허난시 2007/09/22 21:44 | PERMALINK | EDIT | REPLY |

    ㅎㅎ 왜 그런분이 그렇게 정치적인지....ㅎㅎ....나는 그 선생님한테 맑스이론(교과서를 MAX이론이라고 제본해놓고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베버로 위장했어요 '하는 썰렁한 농담이나 듣는) 수업을 받았는데.....맑스 이론은 안 가르치고 맑스 아내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는가 이런 걸로 시험문제나 내고....맑스 이론의 현재성을 묻는 시험답안에....이것저것 열심히 쓴 나는 빨간 펜으로 8점, 맑스 이론은 끝났어요 라는 후쿠아먀 식 답안에는 10점 만점...좌절한 적이 있다....올해 학교에 맑스이론 수업없앤 것도 그분이라는.......

  12. BlogIcon 이승환 2007/09/23 21:07 | PERMALINK | EDIT |

    헉, 그렇군요. 학부 수업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들었지만막스에 대한 폄하는 없던데, 역시 사람은 오래 봐야 할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막스가 맞을까요, 맑스가 맞을까요 -_- 전 귀찮아서 막스로만 씁니다만...

  13. BlogIcon 허난시 2007/09/24 11:08 | PERMALINK | EDIT |

    96년도 학부때 얘기다....ㅎㅎ....막스는 보통 막스 베버(Max Weber)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쓰면 혼동이 있을 거 같고...마르크스는 일본어 표기에서 온거라고 하더군...독일어 원어 발음에는 맑스가 제일 가깝다고 하긴 하던데 독일어를 몰라서..

  14. BlogIcon 이승환 2007/09/24 11:58 | PERMALINK | EDIT |

    오오... 정말 옛날 이야기이네요. 확실히 베버와의 구분을 위해서라도 맑스가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Karl Marx에게 밀린 Max Webber는 불쌍하게도 베버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 어디 가서 밀릴 양반은 아닌데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불쌍하게 되었군요.

    ps. 그런데 맑과 막의 발음 차이는 대체 무엇일까요 -_-a

  15. BlogIcon 오르페오 2007/09/23 13:43 | PERMALINK | EDIT | REPLY |

    오, 늦었지만 생일축하해요! 크게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는 겉핥기식 독서습관 때문에 고민이 많거든요. ㅠ_ㅠ

  16. BlogIcon 이승환 2007/09/23 21:07 | PERMALINK | EDIT |

    그렇다고 모든 책을 저렇게 볼 필요는 없겠죠 -_-a 선물은 없나요?

  17. BlogIcon 쉐아르 2008/05/28 11:44 | PERMALINK | EDIT | REPLY |

    깊이 새겨 읽어야할 글이네요. 저도 빠를 때는 이틀에 한권 책을 읽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후다닥 해치우고 다 안다는 식으로 서평도 쓰고는 했지요. 좀더 겸손해져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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