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꽤 인기 있는 만화입니다. 그런데도 '몰락'을 붙인 것은 당연히 찌라시성이 높죠.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만화들의 생명력이 거진 다 했다고 봅니다. 최소한 그것을 이어나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봅니다.
영화처럼 돈 들여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쉽지 않은 장르인만큼 만화는 공식에만 충실해서는 성공하기 힘듭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작가들과 만화가들이 이 공식을 따르기에 이 중에서 어떤 특출난 능력을 보여야 하죠.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는 단순 농구보다는 각 캐릭터에 그럴 듯한 스토리를 부여했으며 우라사와 나오키는 몬스터는 스타일이 크고 설정이 치밀합니다. 히로카네 켄지의 시마과장은 단순하지만 그려내기 힘든 직장인들의 모습을 꽤나 잘 묘사했죠. 김성모의 럭키 짱은 너무 머리 굴리지 않고 대충 공식에 따라서 발간 만화를 늘림으로 판매량을 확보하는 블루 오션(...)을 일구어내고 있고요.
만화 공장장으로 불리는 김성모 선생님의 짤방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만화 역시 분명 단점이 있습니다. 슬램덩크의 농구는 갈수록 심하게 비현실적입니다. 물론 작가가 농구에 대해 상당히 이해도가 높기에 할렘비트나 디어보이즈마냥 인간 한계를 뛰어넘지는 않지만 말이죠. 몬스터는 질질 늘어집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길어야 하며 주인공은 항상 우연으로 잘 풀리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시마과장은 가는 데마다 여자랑 꼬입니다. 물론 부장이 되어서도 꼬이고 이사랑 사장은 안 봤습니다만 설마 안 꼬이겠습니까, 클린턴이 괜히 바람난 게 아닙니다(...)
어쨌든 이렇듯 성공한 만화도 어떻게 보면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장점의 극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만화에 몰입되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이죠.
간츠의 만화가 오쿠 히로야와 피안도의 만화가 마츠모토 코지는 이러한 점에서 공통의 강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점부터 이야기하면 그들의 스토리 전개는 정말이지 형편 없습니다. 김성모 선생님보다야 낫겠으나 구조가 지극히 단순하고 인과관계가 너무 약합니다. 남성적 판타지에 너무 심하게 의존하는 구석도 있어 찌질이 주인공이 떡 치고 싶다고 하면 여자들이 오케이 합니다. 캐릭터들도 꽤나 평면적이고요.
이러한 그들의 만화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바로 긴장감입니다. 두 만화가는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데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연출도 꽤 괜찮은 두 만화가이지만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게임을 통해 몇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보죠.
삼국무쌍입니다. 혼자서 수백, 수천명을 때려 잡는 게임이죠. 보스 빼고는 그냥 재미로 패고 맛으로 죽입니다.
페르시아의 왕자입니다. 적이 강하기에 신중히 머리 굴려서 쓰러뜨려야 합니다.
클락타워입니다. 주인공은 소녀이며 할 수 있는 행위 적으로부터 도망가는 것 뿐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게임은 어느 쪽일까요? 당연히 클락타워입니다. 삼국무쌍은 파괴와 공격을 통해 원초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고 페르시아의 왕자는 여기에 퍼즐적 요소를 추가하고 적의 인공지능을 높임으로 약간의 학습을 통한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이에 반해 클락타워는 적이 주인공보다 강한 정도를 넘어 아예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이처럼 긴장감은 기본적으로 적이 주인공과 대적 불가능할 정도로 강하고 싸움을 피할 수 없을 때 커지는 것이죠.
그러나 그러한 구성을 만화에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만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이겨야만 하는데 여기에 설득력을 주는 게 도통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래곤 볼만 봐도 주인공들이 갑자기 황당 파워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물론 토리야마 아키라가 워낙에 대가인지라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대개 이러한 결과가 반복되면 점점 시시해지기 마련입니다. 슬램덩크가 적당히 끝맺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더 이상 파워업하면 NBA 진출해야 할테니...
드래곤볼 GT에서는 초사이어인4는 물론 그 이상의 형태까지 나옵니다... 만 계속 보고 싶으신지?
오쿠 히로야, 마츠모토 코지는 놀라울만큼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참 잘 만들어 냅니다. '간츠'에서 주인공은 팔 다리가 잘려나간 채 동료들의 승리만을 기다리기도 하고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과 만나 상대방이 물러나기만을 바라며 도망만 다니기도 합니다. 마츠모토 코지의 전작 '쿠데타 클럽' 역시 마찬가지로 별 이유도 없이 사람 잡아 죽이는 놈들 사이에 갇히기도 하고 무려
톱을 가지고서 친구의 목을 썰기도 합니다. 원래 이 만화들이 맛이 좀 가 있습니다. 적당히 이해하시고...
이들 작가들이 가지는 또 하나의 강점은 '주인공의 성장'입니다. 물론 모든 만화에서 주인공은 성장합니다. 슬램덩크의 또라이 강백호는 농구 선수가 됩니다. 부르마 찌찌 만지던 드래곤볼의 손오공은 자기 입장에서는 외계인인 치치와 결혼하더니 애까지 낳고요. 몬스터의 덴마는 온갖 일을 겪으며 점점 생각이 깊어집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기본적으로 순수합니다. 완성형 영웅은 아닐지언정 영웅의 씨앗은 충분히 가지고 있죠.
이에 반해 오쿠 히로야와 마츠모토 코지의 주인공은 참으로 찌질합니다. 이런 찌질이가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놈들만 잔뜩 등장합니다. 이들 주인공들은 모두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고 실제로 잘난 점도 없습니다. '간츠'의 주인공은 친구 좋아하는 여자 생각하며 탁탁탁... 탁탁탁... 탁탁탁... 탁탁탁... 탁탁탁... '피안도'의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여자랑 사귀는 친구한테 덤비다가 원펀치 쓰리 강냉이...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찌질한 놈들이기 때문에 이후의 성장이 돋보입니다. 비록 스토리와 개연성이 엉성하다고는 해도 쿠데타 클럽에서 주인공은 좋아하는 여자 구한다고 목숨 걸고 현피(진짜입니다...)를 뜨고 간츠에서는 자기밖에 모르던 주인공은 팀을 생각할 줄 아는 리더로 성장합니다. 능력 신장을 넘어 본성 자체까지 변화함을 지켜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문제는 이런 장점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긴장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약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약할 수만은 없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라도 단순한 정신적 성장으로는 싸움이 이뤄지지 않고 반드시 능력 신장이 필요하니까요.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만화를 끊을 줄 알아야 하며 단순히 치고 받는 것을 넘어 심리적인 미묘한 변화까지 포착해 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자신이 강해지는 것과 적이 강해지거나 힘든 상황이 닥치게 하는 등 절묘한 밸런스를 맞춰야 하고요.
그런데 주인공들이 한 순간에 너무 강해지며 이 미묘한 균형이 깨졌습니다. '피안도' 초반부에서 주인공은 껄렁한 친구 펀치 한 방에 나가 떨어졌으며 친구들 모두가 힘을 모아서 흡혈귀 하나를 제압하는 데 자동차를 동원하는 등 무력한 존재였습니다. '간츠'의 주인공 역시 별 것 아닌 적(외계인) 하나 잡으려고 때거지로 몰려 들었고 그 중 소수는 꼭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강해진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져서 피안도에서는 흡혈귀를 삼국무쌍마냥 썰어 버리고 외계인 수십이 덤벼 들어도 가볍게 물리칩니다. 성장도 어찌 더 일어날 게 없습니다. 뭐 이미 우주 최강에 인성까지 올바른 놈들이 무엇을 더 해야 하겠습니까?
이런 경우 일단 벌인 판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만 이들 만화가의 스토리 전개 능력은 굉장히 떨어지는지라 캐릭터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간츠 2부에서는 1부의 주인공과 라이벌을 죽여 버리고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전과 비교도 못 할만큼 강합니다. 때문에 초점은 점점 전투로 모아지고 캐릭터와 스토리는 어느 새 멀어지게 됩니다. 피안도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주인공 친구들은 가끔 힘 써주는 조력자, 혹은 들러리에 불과하고 어느 새 주인공 원맨쇼로 흘러갑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 이들 만화가 몰락은 아니더라도 인기가 분명 꺾이리라 생각합니다. 뭐 대개 만화가 그러하듯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보고는 있지만 그 만족도는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닐 겁니다. 이게 만화 하나의 문제보다 만화가들이 원래 좀 그런 사람인지라 해결 가능성은 없어 보이네요. 그래서인지 이 분들의 이전 만화들은 대개 어정쩡하게 진행하다 어설프게 끝났습니다. 더군다나 장편이라 할 것은 이번 만화가 처음이고요. 아무쪼록 롱런을 위해서라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명언을 되새기길 바랍니다. 사실 저 이 양반들 팬이에요, 흑흑흑...
ps. 이들 작가의 또 하나의 강점으로 지극히 황당한 설정이 있습니다. 이건 직접 읽어 보기를 권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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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조석님 잘생기셨네요.. 진짜 각잡힌 얼굴일줄 알았는데.. ^^
그나저나 N의 등대는 조금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나요.. 스토리는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서로 그림체가 틀리바다보니 동일한 인물이 너무 딴판으로 보여요.. ;;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스토리부터 용두사미 필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림도 말씀하신대로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일에다가 작화도 문제가 좀 있네요 ㅡ.ㅡ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 전 책으로 소장하고 있죠. 재미있는 책입니다. ㅎㅎ
n의 등대는 아직 안봣는데 한번 보고 싶네요.
음.. 저는 개인적으로 트랙백 만화가 어떨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조금 번거롭겠지만..
1편으로 시작한 만화가 자유로운 트래픽으로 인해 계속 분화되는 피라미드 구조. 결국 결말은 무한대! ㄷㄷㄷㄷㄷㄷ
저 분이 웹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는 이야기도 있던데 전 그건 아닌 것 같고 여하튼 상당히 앞서 웹툰을 읽어낸 분이 아닐까 합니다.
트랙백 만화는 재미있겠는걸요, 단 만화를 그릴 능력이 있는 이가 드물다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n의 등대 보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만화에 관해 관심 있는 사람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3.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효과를 사용할 수 있다. <- 이 부분이 좀 걸리네요.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말은 좋은 효과를 쓴 작품이나, 그렇지 않은 작품에 같은 값이 매겨진다는 얘기인데,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효과를 사용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좋은 효과들을 만드는 시간이나, 능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가 지불되지 않는다는 건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저해 요소가 되지 않을 까요?
사실 그리 추천은 않습니다. 초반은 좀 빠져들기 좋은데 나중에 짜증날 듯 해요. 스토리 뼈대 자체가 너무 논리성을 무시하는 구조라 맘대로 적당히 넘어가려 할 듯...
타 매체에 비해 비교적 손을 덜 쓰고 좋은 연출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제 관점에서는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같은 경우 엄청난 효과에 독립영화가 쪽을 못 쓰고 말살당하는 일이 많지만 만화는 스토리가 좀 탄탄하면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요.
작가님이 참 새끈하게 생기셨습니다.
만화가가 아닌 것 같을정도내요. =ㅂ=);;
음, 웹만의 카툰의 발전이라. 시도와 시행착오끝에 잘 됬음 좋겠습니다. =ㅂ=);;
요시토시님도 쌔끈하게 생겼길 빕니다.
참고로 전 웹툰이 너무 하이퍼링크를 쓰지 않고 단방향적으로 가는 게 좀 아쉽더라고요.
제가 지금 밤샘작업중이라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스킨이 바뀌신건가요?;;;
암튼, 사랑스러운 스킨이네요. 보라색 플라~워, I love it!
음... 이건 푸른색인데... 밤샘이 많이 힘드신가 보군요 ㅜ_ㅜ
정말 킬링타임으로 웹툰 보다가 점점 빠져서 이제는 날짜 마다 챙겨보고 n의 등대까지 열심히 보게 된 한사람으로서 공감되네요..네이버. 게다가 도전만화가라는 코너는 관심작가 기능없어서 건의했더니 요즘 개편되어 스크랩기능 생겼더라구요 호호
확실히 네이버가 머리 하나는 잘 굴립니다. 필요하면 네티즌 의견도 잘 수용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귀귀님이 대세임..ㅋㅋㅋ
???????????????????????????
헐... 네이버는 모두 미워하는군요. 거의 사이버 광우병 같은 존재. 누가 싫어하는 이유를 죽 늘어놓은 뒤 미워하면 다른이는 일단 미워한 다음에 싫은 이유를 배우기도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미워할만한 짓을 많이 하기는 합니다......
웹툰 좋아했는데, 뉴욕에 오고 난 후부터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젝일!!
그래도 거기가 좋지 않사옵니까...
정말 파란/다음과 네이버의 웹툰을 비교해보면 장편 지향 / 단편 지향의 성향이 확실히 드러나죠. 작가들에게는 어느 쪽이 더 득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군바리다!
....................... 죄송합니다.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개허접한 글을...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