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시위는 무엇을 말하는가 - 현재의 충격그들의 시위는 무엇을 말하는가 - 현재의 충격

Posted at 2015/04/19 11:05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최근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현재의 충격>에 이런 글이 있다. 한국의 높으신 분들이 참조해야 할 듯. 이하는 적당히 편집한 내용.


월가 점령 운동은 서사 이후 최초의 진정한 정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인권 시위나 노동자 시위 혹은 오바마 선거 유세와 달리 점령 운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몇 가지 짭은 구호로 그들의 생각을 축약할 수도 없으며,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어떤 종결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므로 초점이나 구심점을 잡기 어렵다. 


이 운동은 광범위한 불평과 요구와 목적의식을 다 끌어안을 셈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환경, 노동 조건, 주택 정책, 부패한 정부, 실업, 부의 편중 문제 등. 하지만 이 많은 문제들은 서로 관련이 있다.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다르고 양상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동일한 핵심 문제로 인해 빚어지는 온갖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에서 서로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뉴스 기자들이 월가 점령 운동을 배은망덕하고 게으른 정신병자 세대가 아무렇게나 내뱉는 헛소리로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 은행 쪽 입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전통적인 민주당원들 모두를 를 얹짢게 하는 것은 월가 점령 운동 측이 기존 정치 활동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자신들의 목적을 표명하거나 주장을 밝히기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자리에 앉혀놓으면 셔터를 내려버리는 기존의 정치 선거 운동과 달리, 월가 점령 운동은 포물선을 그리는 전통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안에 대한 논쟁에서 이긴 다음 할 일이 다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탈중심화된 네트워크 문화의 산물로서 승리보다 지속성에 관심을 두는 운동이다. 하나를 꿰뚫는 것보다 그것을 감싸 안는 운동이다. 승점을 올리기보다 합의를 모색하는 운동이다. 책보다 인터넷을 닮은 운동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기면 끝'인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물들이는 가운데 퍼져 나가는 그리고 답을 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사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월가 점령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세운 도시 생존 캠프는 본보기인 동시에 의회이며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험장 혹은 낡은 아이디어의 부활 장소에 가깝아. 적을 분명히 상정하고 특별한 해결책을 위해 투쟁하는 기존 시위와 달리,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중요하다 싶은 걸 따지다 속내가 서로 다른 걸 확인하곤 한다. 그런식으로 계속 이 운동에 참여한다.


이는 프랑스 국민의회 이후, 이분법에 바탕을 둔 승자독식의 정치적 운영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다. 이런 방식은 세월아 네월아 공원에 앉아 소일거리 하는 사람에겐 잘 맞는 방식이겠지만, 결과를 당장 봐야 하는 사람에겐 고문과 다름 없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현재는 참으로 긴 시간이 될 것이다. 점령 운동의 분위기와 접근법은 정치 운동의 그것이라기보다 인생의 가장 큰 휴지부 가운데 하나인 대학 생활의 그것과 가깝다.


그들의 접근법은 거추장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서사 이후의 풍경이 자아내는 가치들과 잘 어울린다. 점령 운동은 돈을 가지고 경쟁적으로 벌이는 제로섬의 폐쇄적 게임 대신에 넉넉한 상호 부조에 바탕한 지속 가능한 개방적 게임에 관심을 둔다. 기존의 정치적 서사에서 보자면 이는 공산주의 진영에서나 함직한 소리다.


하지만 점령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동등계층 간의 인지상정이 발현된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많은 이가 같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과 같은 놀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면 할수록 그리고 게임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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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지만 점령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동등계층 간의 인지상정이 발현된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많은 이가 같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과 같은 놀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면 할수록 그리고 게임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놀이다.
  2. Aleksii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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