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취업 원서에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4.육체적인 도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운 일에 도전해본 경험을 골라 구체적인 상황, 자신의 행동, 결과 등을 기술해 주십시오. (1,200자 이내)

A) 언제, 어떤 계기로, 무엇에 도전했습니까?
B) 도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과 노력을 했습니까?
C)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순간의 상념들...

1) 내가 그렇게 어려운 일에 도전했으면 지금 이렇게 원서 쓰고 앉아 있겠냐...
2) 근데 그렇게 어려운 일을 구체적으로 쓰라면서 달랑 1200자 주냐...
3) 솔직히 이거 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짜증이 나서 잠시 소설을 썼습니다. 완전 픽션은 아니고 내 후배가 예전에 아픈 기억을 당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내 놓은 최고급 팩션 소설, 구독료는 '오빠, 멋져요.' 댓글 및 내일이 제 생일이니 생일선물 하나씩.

My sweet Russian girl


할아버지가 아시아계라서일까, 그녀의 눈동자는 보기 드문 녹색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 버렸습니다. 남녀 관계에 계기와 원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그저 제 자신을 불사르는 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어 고급반에서 만났기에 소통에 문제가 없음에도 대개 서양 여자가 그렇듯 그녀 역시 동양인인 저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헨리 포드의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옳다. 모든 일이 마음 먹은대로 되기 때문이다”라는 격언을 되새기며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SKT 정신으로 끊임없이 도전했습니다. 그녀가 다리가 아플 때 택시비로 그녀의 다리가 되어 주었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서 그녀의 지배인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녀가 아프면 약을 사 그녀의 간호원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찌도 그리 자주 아프고 자주 배가 고프던지 400만원에 이르던 지원비는 어디로 가고 저는 학비를 벌어 쓰는 신세임에도 빚 투성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술에 취해 주저앉아 체념하고 있던 저에게 그녀가 따뜻한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세상도 녹여 버릴 열정 앞에 그녀도 녹아 저와 함께 어우러져 버렸습니다.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고 있음에도 헤어날 수 없는 미련한 사랑에 조금씩 빠져 들었습니다.


“내가 러시아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거니?”
“러시아까지 따라갈게.”

우리는 입맞춤을 하였고 그 순간 하늘도 우리를 축복했습니다.

아니... 나 혼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우연히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한 남자의 품에 안겨 클럽을 유유히 빠져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절망감에 감히 저는 그녀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의 짧았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얼마 전 술자리에 미국인이 동석해 이야기하던 중 짧은 영어로 제가 말했습니다.
“I like Russian girl!"
그 미국인이 대답했습니다.
"Everyone likes Russian girl!"

 결론 : ㅎㅈ야, 이 글 보면 형한테 연락 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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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가루 2008/09/21 13:20 | PERMALINK | EDIT | REPLY |

    많은 지원자들이 경험해본 적 없을만한 드문 사례, 그리고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여자는 한 남자만을 만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드러나 있으므로 감점이 있습니다.
    제목에서 'Russian girl'은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2. BlogIcon 이승환 2008/09/21 23:26 | PERMALINK | EDIT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결국은 안 뽑으시겠단 말씀이시군요, 그럴 줄 알고 제출 안 했습니다 -_-;;;

  3. BlogIcon 시미 2008/09/21 14:13 | PERMALINK | EDIT | REPLY |

    잘 웃고 갑니다. 밑에 여자친구분으로 추정되는 분의 이름이 제 후배 이름과 같은지라, 후배에게 전화해 보려다가 관두고 갑니다. 맞다면 후회할거 같습니다. 훗~

  4. BlogIcon 이승환 2008/09/21 23:26 | PERMALINK | EDIT |

    후배가 예쁘신가 보군요......

  5. BlogIcon 히치하이커 2008/09/21 21:50 | PERMALINK | EDIT | REPLY |

    김태희가 생선 팔고...
    한가인이 채소 판다던...

    그 러시아인가요. =_=

  6. BlogIcon 이승환 2008/09/21 23:26 | PERMALINK | EDIT |

    뭐 한국도 외국에서 보면 놀랍기는 합니다... 그게 쪽팔리는 일이라 그렇지...

  7. BlogIcon 자작나무숲 2008/09/29 09:38 | PERMALINK | EDIT | REPLY |

    오빠 멋져요~~~

  8. BlogIcon 이승환 2008/09/29 22:23 | PERMALINK | EDIT |

    오랜만입니다. 영광이어요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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