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와의 승부"

간만에 낮잠을 잤다. 달콤했다.
문자에 깨어나 휴대폰을 보는 순간, 아뿔사! 과외시간이 늦어버렸다.
시간이야 좀 늦음 어때 할 나이도 아닌지라 택시를 잡았지만 도착할 때는 이미 30분이나 늦어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일, 택시 안에서 응가가 마려운 것이다.

응가도 덩어리 응가라면 몇 시간 좀 더 응고의 시간을 가지면 될테지만 그 기세는 마치 나이아가라를 예상케 했다.
응가와 함께한 25년, 참을 수 있는 것과 참을 수 없는 것을 아는 나, 이번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임을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과외학생 집 어머니가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인사하는 것도 잊고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다.

빠른 속도로 문을 닫고 바지를 내리려는 그 순간, 이게 무엇인가?
거대한 똥덩어리가 변기에 둥둥 떠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개념없는 색히가 이런 짓을... 나는 당장 변기의 물을 내렸다.
그러나 내게 돌아오는 것은 놀라움... 그 응가는 꼼짝도 않고 변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각도도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이 물에 떠 있지 않고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의 밀도로 응가가 물에 가라앉겠는가, 정말 대충 싼 응가가 아니라 며칠 잘 묵힌 응가임에 확실했다.

어쨌거나 급한 나는 일단 싸고 봤다. 나이아가라는 아닐 지언정 천지연폭포 못지 않은 우렁찬 소리가 들렸고,
그보다 조금 못한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이윽고 있었다.
그러나 응가는 여전히 그 웅장한 기세를 잃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의 놀라움은 우리 생활 속에도 있었구나... 나는 그 경이로움에 잠시 감동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감동도 잠깐, 이대로 나간다면 이 범인은 꼼짝없이 내가 될테이고...
학생의 어머니는 나를 똥 누고 물도 안 내리는 개쓰레기로 파악, 나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응가야 한 번 실수로 안 내릴수도 있지만 그 강력한 실드를 가진 응가를 치우며 학생 어머니가 분노하지 않을 리 없다.
안 돼, 아직 등록금도 다 갚지 못했음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빚이 있단 말이다.
고향에 부모님은 나만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어.
애 분유값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마 손으로는 할 수 없으니 우선 솔을 꺼내들고 응가를 쑤셨다.
응가는 나를 보고 웃었다.
니가 할 수 있겠냐고.
나도 응가를 보고 웃었다.
나 세상 그렇게 쉽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솔로 사정없이 변기를 쑤셔댔다.
응가는 놀랍게도 평범한 응가처럼 가루가 되지 않고 몇 개의 작은 덩어리로 갈라졌다.
그것은 마치 물을 내려도 한 번에 다 죽지는 않겠다는 하나의 항변 같았다.
비록 난 죽어도 내 동지는 끝까지 투쟁하리라.
니들이 우리를 아무리 짓밟아도 민주화의 열망만은 꺾을 수 없으리라.
비록 적이지만 그들의 몸부림은 나에게 알 수 없는 마음의 울림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럴 시간은 없었다.
삶의 일선에 나와 있는 내게 감정은 사치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짓이니 이해하라고.
나는 더욱 격하게 솔로 응가를 쑤셨고,
결국 그들은 힘없는 가루로 변기물을 정처없이 헤매었다.

그 순간 나는 지체없이 물을 내렸고,
민초들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비록 이겼지만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떡하랴, 이것이 나의 삶인데.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옅은 찌꺼기를 뒤로 하고 나는 삶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어느 새 10분이나 흘러 있었군, 힘든 승부였다.
뭐, 관계 있겠는가, 과거는 과거, 앞으로의 일만 신경쓰자.
"자, 오늘은 어디부터 할 차례였지!"
"선생님, 응가 냄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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