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으로의 FTA끝이 아닌 시작으로의 FTA

Posted at 2007/04/04 12:29 | Posted in 세금도둑 경제부

어쨌든 FTA가 체결되었다. 국민 소수가 바라는 정책이 추진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FTA는 국정홍보처가 그토록 열심히 정당성을 주장했음에도 다수의 국민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미 개방된 쌀 가지고 생색이나 내는 언론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말이다. 분명히 해외시장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의 손익을 떠나 시작부터 4대 선결조건을 받아들이고 협상 내내 미국에 끌려다니기만 한데다가 제대로 된 검토장치마저 부실했으니 그 협상주체를 신뢰할 리가 없다.

사실 한미FTA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산적한 FTA들이다. 한미FTA를 체결한 이상 그 어느 국가도 미국에 밀리는 계약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같은 질의 상품을 판매한다면 가격에서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지려 할 것이고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면 질에서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지려 할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면 소비자가 싼 값에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단 내 준 분야는 끝도 없이 내 주게 되리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설마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버리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일단 FTA에서 내 준 분야는 사실상 포기를 의미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FTA에서 이익을 얻은 산업의 수익을 통해 보조금으로 커버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언제나 예산을 초과하는 농어촌 지원금을 애물단지로 취급하는 정부에게 이를 바라는 것은 나이브한 생각일 따름이니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바랄 이유도 없다. 만약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FTA협상 과정에서 이미 국민들에게 지겹도록 떠들었을테니 말이다.

결국 한미FTA는 앞으로 다가올 어떠한 자본주의의 서막이 아닌가 한다. '무한경쟁'이 아닌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산업의 포기'를 특징으로 하는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자유무역이론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듯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물론 양국간 빈부격차가 준다는 이론이 언제나 옳다면 한국의 파이는 커질테지만 분배는 고사하고 복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파이 조각이 우리 호주머니에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예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분이 특강 도중 FTA에 대해 '러닝머신'이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러닝머신'으로 비유되는 'FTA무역체제'는 '자전거'로 비유하는 '자본주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언가이다. 자전거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타면 된다. 그 과정이 괴로울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더 튼튼한 신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러닝머신은 뛰지 않으면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무역협정이 많아질수록 뒤를 돌아볼 여유는 줄어들 것이다. 대외시장 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최소한의 여유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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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미 FTA, "지금 남 걱정 할 떄가 아니다." // ........ 2007/04/04 20:55 [Delete]
  2. 최소한의 올바름 // Delusion Laboratory™ 2007/04/04 21:57 [Delete]
  1. 휴.. 앞으로 90세까지 일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그 때까지 뒤도 못돌아본다면.... ;;
    아무튼 긴장해야 겠습니다.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FTA에 대해 찬성하는 글을 썼지만, 현실의 냉혹함과 기계적인 자본주의는 슬프네요. 저도 님의 글에 트랙백을 달께요...감사합니다^^ _트랙백이 걸리질 않는데, 서로 자주 왕래하면서 지내시자구요...짜이찌앤
  3. 보내주신 트랙백 보고 들렀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신세계(?)의 문이 열린거죠. 허허...
  4. 저는 FTA찬성입니다. ㄱ- 왜냐면 제가 몸담고 있는 곳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혼자만 힘들면 괜히 심통이 나니까 찬성!! -_-
    농담이구요. 경쟁력이 약한 부분의 산업에 대해서 약간 걱정이 됩니다. 주위에 농민들도 몇분 계시거든요. 흑. 그래도 전 우리나라 쌀이 좋아요!
    • 2007/04/08 20:52 [Edit/Del]
      저처럼 미국식 자본주의에 적응한 이라면 모르겠지만 엘윙님처럼 편의점 알바하시는 분은 더 힘들어질 듯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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