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컨디션이 살살 올라오고 있다. 최고까지 이를지야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좋은 건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책을 버렸기 때문'이다.

환경은 인간을 조종한다. 단지 인간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매일같이 자연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우리가 만든 문명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책상 위에 컴퓨터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야동을 다운받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버릴 수는 없다. 컴퓨터가 주는 효용이 야동이 주는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변 하나하나를 살피다 보면 우리가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소모하면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은 한 때 내게 큰 효용이었다. 그래도 직장 다니면서도 한 달에 열 권씩은 꼬박 읽고 이래저래 적용해 보고는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게 내게는 큰 비용이었다. 방 한 칸은 좁은데 책장은 비교적 많고, 있는 책장조차도 꽂힌 책 위에 책이 가득하고, 그러다보니 방은 쓰레기통이고 - 내가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논거다 - 청소도 힘들고, 청소 안 해도 힘든 그런 상황이었다.
근 두 달간 책을 버렸다. 그나마 남들 볼만한 책은 꼬꼬마들이 있는 학교 동방으로 넘겼고, 그럴 가치도 없어 보이는 책은 그냥 과감히 버렸다. 기타 등등 누구누구 준 책도 좀 되는 것 같다. 잡지까지 따지면 300~400권은 처리한 것 같다. 그러자 책장에 공간이 생겨났고 좀 더 공간 활용이 용이해졌다. 거울 옆에는 화장품 등을 놔둘 수 있었고 욕실 근처에는 수건을, 또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옷가지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자 모든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마치 UI를 개선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좀 더 큰 효용은 다른 데 있었다. 책 자체가 없으니 오히려 머리가 말끔해졌달까? 정말 필요한 책만 놔 두자, 마치 노이즈가 제거된 것처럼 원하는 정보에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필요한 정보를 좀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음은 다음 정보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또 쓸데 없는 쪽으로 눈이 갈 일도 줄어들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계속해서 선순환을 낳고 있다.
일종의 주화입마랄까? 때로 행위에 대한 애정은 대상에 대한 애착으로 전이될 때가 있다. 내게 책이 그러한 존재였던 것 같다. 책 읽기의 재미가 책에 대한 집착이 되었고, 미련하게 그것을 안고 있었다. 나름 모 인터넷 서점 플래티넘 회원이었으나, 앞으로는 책을 그리 많이 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보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한 번 더 고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식은 집착에서 생겨날 수 있을지 몰라도 지혜는 비움에서 생겨난다.
Q. 이 글의 교훈은?
1. 야동은 버리지 않았다.
2. 야동은 버리지 않았지만 딸은 치지 않았다.
3. 야동은 버렸지만 다시 다운 받았다.
4. 야동을 버리고 야애니를 다운 받았다.
5. 고추가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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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끝낼 때쯤엔 한국인이 되어있을 아이에게 애도
요즘 이것저것 탐독하고 있을때가 아니라 진짜 당장 필요한것부터 읽을 시간이라는게 느끼기는 하지만 정작 빈둥대며 이것저것 손에잡히는대로 끄적대는 저로서는 부럽습니다.
내가내가내가!!
너무 있어보이게 쓴 티가 팍팍 남;;;
히가시노 게이고류의 추리소설 이나 작가 아시면 추천해주세요